우리 말고 나
유수경 / 로맨스 / 현대물
★★★★★ 10.0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디 있어!
남자 사람을 소꿉친구로 둔 탓에 평생 그러한 소리를 들어 온 은채는
어느 날, 아버지가 암을 진단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딸 바보로 유명한 아버지의 평생소원은 하나뿐인 딸이 결혼하여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
마음이 조급해져 맞선도 고려하기 시작한 은채에게,
남자 사람 친구 차성준은 뜻밖의 제안을 한다.
“나랑 결혼할 생각 없어?”
평생을 친구로만 여겨 온 데다, 남매나 다름없는 성준은
언제든 이혼할 수 있는 담백한 결혼 생활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였다.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의 계약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한다.
* * *
“불가능하진 않았네.”
그러게……. 말할 힘도 없는 은채는 얌전히 눈을 감는 쪽을 택했다. 성준과의 섹스는 놀라울 만큼 만족스러웠다.
“나는 좋았어. 무척.”
무언가를 입에 문 듯 불분명한 대답과 함께 지익, 하고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은채가 힘없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땀이 밴 피부가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서 반짝였다. 격한 삽입 때문인지 팔뚝의 핏줄이 더욱 선명해진 성준은 새로운 콘돔을 입에 물고 있었다.
“……하, 한 번 더 하게?”
순식간에 토끼 눈이 된 은채가 물었다. 성준이 의사를 묻듯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꿀꺽. 은채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 말았다. 오르가슴으로 예민해진 피부에 솜털이 오소소 돋는 듯했으나, 그것은 명백한 기대였다.
계약 결혼을 전제로 섹스가 가능할지 아닐지 확인해 보자 한 것이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늘 웬수, 앙숙, 밉상 정도로만 생각하던 성준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