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전2권)
줍줍양 / 로맨스 / 로맨스 판타지
★★★★☆ 8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잔혹하기로 유명한 전쟁광의 침실에 들어가게 되다니.
“라샤르스는 멸망했습니다. 그대는 이제 내 노예이지요.
그러니 내가 예의를 갖춰 대해 줄 때 고분고분해지는 게 좋을 텐데, 샤라후예.”
일말의 자비도 없이 적을 베어 내던 남자는 패전국의 공주를 대하는 게 과연 맞는가 싶을 정도로 친절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잔인함을 아는 그녀로서는 쉬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내 혈육을 도륙한 야만인에게 굴 고분고분함 따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없소.”
“그렇습니까?”
그때까지도 빙긋 웃던 황제의 눈빛이 돌변하고,
드디어 저 오만한 황제가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싶은 순간,
커다란 손이 샤라후예의 턱을 움켜쥐었다.
“무, 읍,”
눈을 홉뜬 샤라후예가 걸음을 뒤로 물리려 했다.
당장이라도 목을 비틀어 죽일 것처럼 굴다가, 난데없이 입맞춤이라니.
예고도 없이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혀가 메마른 점막을 훑고,
긴 가뭄 끝에 단비를 내리듯 타액을 섞어 왔다.
딱-.
뒤늦게 정신을 차린 샤라후예가 제 입 속을 멋대로 유린해 대는 혀를 물었지만,
“내기 하나 하죠.”
“흣, 무슨,”
끈끈하고 투명한 액을 핥은 황제의 웃음은 짙어져만 갔다.
“둘 중 누가 먼저 절정에 이를지.
만일 그대가 나를 먼저 보내면, 이 궁에 갇힌 라샤르스의 포로 절반을 풀어 주겠습니다.”
그를 밀어내려던 샤라후예가 멈칫했다.
녹색 눈동자가 진의를 꿰뚫어 보려는 듯 남자를 올려다봤다.
“대신 그대가 먼저 가면, 밤새 나를 받아야 할 겁니다.”
(1권에서 남긴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