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의 영역
마뇽 / 로맨스 / 역사/시대물
★★★★☆ 8
어느날 곽오주를 찾아온 양반 처녀 서효인.
“뭐든지, 준다고 했소.”
여인이 쓰고 있던 장옷을 벗은 것은 그때였다.
솜을 누빈 배자를 입고 머리에 아얌을 쓴 여인은 사내의 짐작대로 어림잡아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젊은 처녀였다.
비녀를 쪽진 것이 아니라 댕기를 드리운 것을 보니 처녀가 분명했다.
‘소복이라….’
그런데 입고 있는 것이 소복이다.
댕기도 흰 것으로 드리웠고 흰 배자에 흰 저고리, 흰 치마까지. 쓰고 있던 장옷만 빼면 금방 상을 당한 사람의 복색이다.
입고 있는 소복보다 더 새하얀 얼굴이 뽀얗다 못해 창백하지만 그 위에 드리워진 짙고 긴 속눈썹이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흰 눈 위에 핏방울이 떨어지면 저런 얼굴일까.
창백한 얼굴에 붉은 입술이 두드러졌다.
입술 연지를 바른 것도 아닌데 입술이 붉었다.
붉고 도톰한 입술.
그리고 쭉 뻗은 가는 목.
그러나 도도한 눈매.
문득 처녀의 이름이 궁금해진 사내였다.
“이름이 뭐요.”
“서효인이요.”
서씨 성을 가진 양반의 처녀.
“상을 당했소?”
“오라비가 죽었소.”
“어쩌다 죽었소?”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소.”
그제야 사내가 처녀의 눈매가 왜 그리 독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대답만 하시오. 그 호랑이를 잡아줄 건지 말건지. 그 호랑이를 잡아주기만 하면 원하는 건 뭐든 주겠소.”
효인의 말에 사내가 묵묵히 제 소매를 걷었다.
팔뚝까지 소매를 걷자 사내의 팔뚝에 새겨진 낙인이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