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1-(전3권)

로맨스 현대물
언재호야(焉哉乎也)
출판사 로맨스토리
출간일 2014년 09월 29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10점 (1건)
작품설명

pride (명사)
1. 자랑스러움, 자부심, 긍지 2. 자랑거리 3. 자존심. 오만함. 거만함.
prejudice (명사)
1. 편견 2. 편견을 갖게 하다 3. 선입견



하루하루 살기가 벅찬 여자 이지선, 연애니 결혼이니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할 시간도 없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간이식 수술비와 자신의 대학교 등록금 대출 이자도 갚기 빠듯한 삶을 사느라 맘 놓고 머리도 한번 할 수 없을 만큼 각박하게 사는 여자. 단지 신춘문예 당선도 오로지 원고료에만 마음이 놓이는 그런 여자의 삶속에 어느날 문득 앞에 나타난 남자는 지독한 오만함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사는 게 죽음 같은 남자 정우현, 우울증, 수면장애, 거식장애. 살아오면서 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삶 따위는 거져 생긴 것 이라고 생각하고 피하고 망가뜨리려고만 살아 온 남자. 그러나 똑같은 처지에서 더욱더 씩씩하게 사는 그녀를 보다.

두 사람의 결코 다가 갈수도 평행할 수도 없는 멀고 먼 사랑 이야기.

언재호야의 로맨스 장편 소설 『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1-1권.



<본문중에서>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어떠하나? 아까는 자신만만하더니……. 은행을 뭐로 보는 거야? 배짱이 있으면 다인 줄 아나? 정식통보는 월요일이나 돼야 된다고 하니 아직까지 버틸 만 한가봐?>
지선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정우현은 여전히 보고만 있었다. 지선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다시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리자 그녀는 당황해서 어찌할 줄을 모르더니 전화기 배터리를 빼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바닥에 떨어진 배터리는 깨지지도 않더니 튕겨서 정우현의 발 앞에 떨어졌다. 그것을 쳐다보던 그는 마치 슬로우모션인 듯 천천히 전화기 배터리를 줍더니 창백한 지선에게 다가와서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잡더니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을 뺏었다.
“놔……. 놔둬요.”
지선이 당황해서 힘을 주었으나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표정의 변화가 없이 그녀의 낡은 휴대폰에 배터리를 다시 끼워 넣었다. 그리고 통화버튼을 길게 눌러 전원을 켜자마자 전화기는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
“받지 말아요.”
지선이 황급하게 외쳤지만 정우현은 통화버튼을 누르더니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를 끌고 약국 앞에 있는 벤치에 앉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흘끔거리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우현은 전화를 받았다.
<이봐, 이지선 씨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잖아?>
“그래서?”
정우현의 목소리가 더욱더 차가워졌다.
<허? 이제는 뭐 애인이라도 바꿨나? 이봐요,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지선 씨하고 통화를 해야겠어.>
“뭐가 문제인데 전화로 반말이지?”
정우현의 위압적인 목소리에 조금 당황한 듯한 목소리는 이런 일은 다반사라는 듯이 험악한 분위기를 다시금 드러내려 애썼다.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지. 지금 이지선 씨가 00은행에 채무가 있는데 오늘이 기한이거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더니 오늘 소식이 없는 거야. 이미 연체된 지 오래인데 마지막 통고시한을 넘겼으니까 이제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거든.>
정우현은 지선을 흘끗 쳐다보더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계좌번호하고 금액 불러.”
그는 뒷주머니에서 그의 휴대전화를 꺼내서 다이얼을 눌렀다.
<허. 이거 뭐야>
전화기에서 놀라는 혹은 놀리는 듯한 비아냥거림이 들리자 정우현은 더욱더 싸늘하게 대답했다.
“똑바로 불러. 그리고 한 번만 더 막말로 통화하면 너도 은행일 더 이상 못하게 해줄 테니까, 똑바로 해.”




<벌써 네 시간 째 공중에 떠있다. 낮이었다면 더욱더 좋았을 텐데.
지구의 자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니 아마 11시간 내내 밤일 것이다.
그동안 꿈에서만 그리던 비행기 여행이라는 것이 이런 작은 통로 사이에 구겨지듯 앉아서
꼼짝도 없이 수없이 많은 타인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머물러 있는 것이라니.
그래도 이 기나긴 시간을 참을 수 있는 것은 비행기가 1미터를 날아감으로써
그와의 거리를 1미터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그가 거기에 있다면.
그리움이라는 것이 병이 된다면.
난 이미 죽었어야 하는 것일까.>

<머리가 아프다……. 검은 구름 위로 천둥번개가 치는 것이 보인다.
저 밑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는 비 올 것을 걱정하고 있겠지
자기 머리 위에 두꺼운 구름 위로 이렇게 제각각인 사람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난생 처음 듣는 말 같다. 사실일까?>

<보고 싶다. 그가 보고 싶다. 나와……. 전화에서 짧은 메시지. 그의 회색 차. 언제나 앉아 나를 기다려주던 벤치…….
그 모든 것이다 환상이었을까. 결혼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를 볼 수만 있다면.
원래가 나의 사람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었겠지. 아니었겠지……. 누가 나 같은걸.>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마치……. 아니 뭐라고 비유할 필요도 없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수만의 사람들 속에 내가 그냥 갈 곳 없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그가 나를 만나주지 않을 것 같다.
그를 보더라도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뛰어갔는데 그가 마치 모른 척하듯 뒤돌아 가버리는
환상에 자꾸만 시달리고 있다.
서 있는 채로 졸고 있는 것만 같다.
프랑스에 오면 정말 행복할 것만 같았는데…….
무섭다. 이 낯선 곳에 버려진 것보다 그가 나를 버릴까봐.>


평정. 냉정. 시니컬. 냉소적임……. 30평생 자라나면서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 저 자식은 제 앞에서 제 부모가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작 안 할 놈. 그 말은 맞다. 친모든 양모든 친부든……. 그들이 뭐라고 싸우고 난리치던 간에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떨린 듯한 예쁘장한 글씨들을 본 순간, 평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식적인지를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저 여자가 겪었을 수많은 갈등과 고민과 두려움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방치해야 하는 거 아니면 이 <게임>이라는 것의 규칙대로 저 여자를 그냥 상처투성이인 채로 보내야 하는 건지.

.......................

아무래도 좋았다.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상관없었다.

다만 눈앞에 그가 앉아 있지 않은가. 무심한 눈빛으로 연주만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그가 자신을 쳐다봐 주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의 물기 어린 시선을 몰래 쳐다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신하고는 관계없게 느껴졌다. 지금 그와 같은 곳에 앉아서 같은 숨을 쉬고 있고 때론 손이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와 같은 음식을 먹고 있으며 그가 듣는 음악이 그녀의 귀에도 들리고 있다. 그것이면 다 이지 않은가. 그가 자신을 보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느냐고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사랑한다고 속삭여주지도, 황홀한 키스를 해주지 않아도 그녀는 슬프지 않았다. 저 사람은 그저 자신의 인생에 존재해 주기만 해도, 자신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만 있어주어도 그가 할 일을 다 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그의 몸에서 풍기는 담배 냄새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지선은 그냥 이 순간이 행복했다.

그런데 그 행복을 깨는 일이 일어났다. 테이블위에 얌전히 놓여 있던 지선의 손을 그가 조용히 덮은 것이었다. 손을 덮고 그는 엄지손가락을 그녀의 손바닥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가 당황한 듯 놀라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바이올린에 시선을 둔 채였다.



그의 체온이 그녀에게 느껴지자 지선은 마음 한구석이 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고통인지 기쁨인지조차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작가소개
- 언재호야(焉哉乎也)

천자문의 맨 마지막 네 글자.
모든 사람이 처음은 알고 있지만 끝은 모르듯이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의 다른 끝을 만들어 보고 싶어하는 사람.

발라드 보다는 락을 좋아하고,
람보르기니에 열광하는 조금 별난 여자 사람.

작품설명

pride (명사)
1. 자랑스러움, 자부심, 긍지 2. 자랑거리 3. 자존심. 오만함. 거만함.
prejudice (명사)
1. 편견 2. 편견을 갖게 하다 3. 선입견



하루하루 살기가 벅찬 여자 이지선, 연애니 결혼이니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할 시간도 없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간이식 수술비와 자신의 대학교 등록금 대출 이자도 갚기 빠듯한 삶을 사느라 맘 놓고 머리도 한번 할 수 없을 만큼 각박하게 사는 여자. 단지 신춘문예 당선도 오로지 원고료에만 마음이 놓이는 그런 여자의 삶속에 어느날 문득 앞에 나타난 남자는 지독한 오만함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사는 게 죽음 같은 남자 정우현, 우울증, 수면장애, 거식장애. 살아오면서 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삶 따위는 거져 생긴 것 이라고 생각하고 피하고 망가뜨리려고만 살아 온 남자. 그러나 똑같은 처지에서 더욱더 씩씩하게 사는 그녀를 보다.

두 사람의 결코 다가 갈수도 평행할 수도 없는 멀고 먼 사랑 이야기.

언재호야의 로맨스 장편 소설 『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1-1권.



<본문중에서>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어떠하나? 아까는 자신만만하더니……. 은행을 뭐로 보는 거야? 배짱이 있으면 다인 줄 아나? 정식통보는 월요일이나 돼야 된다고 하니 아직까지 버틸 만 한가봐?>
지선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정우현은 여전히 보고만 있었다. 지선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다시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리자 그녀는 당황해서 어찌할 줄을 모르더니 전화기 배터리를 빼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바닥에 떨어진 배터리는 깨지지도 않더니 튕겨서 정우현의 발 앞에 떨어졌다. 그것을 쳐다보던 그는 마치 슬로우모션인 듯 천천히 전화기 배터리를 줍더니 창백한 지선에게 다가와서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손을 잡더니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을 뺏었다.
“놔……. 놔둬요.”
지선이 당황해서 힘을 주었으나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표정의 변화가 없이 그녀의 낡은 휴대폰에 배터리를 다시 끼워 넣었다. 그리고 통화버튼을 길게 눌러 전원을 켜자마자 전화기는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
“받지 말아요.”
지선이 황급하게 외쳤지만 정우현은 통화버튼을 누르더니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를 끌고 약국 앞에 있는 벤치에 앉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흘끔거리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우현은 전화를 받았다.
<이봐, 이지선 씨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잖아?>
“그래서?”
정우현의 목소리가 더욱더 차가워졌다.
<허? 이제는 뭐 애인이라도 바꿨나? 이봐요,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지선 씨하고 통화를 해야겠어.>
“뭐가 문제인데 전화로 반말이지?”
정우현의 위압적인 목소리에 조금 당황한 듯한 목소리는 이런 일은 다반사라는 듯이 험악한 분위기를 다시금 드러내려 애썼다.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지. 지금 이지선 씨가 00은행에 채무가 있는데 오늘이 기한이거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더니 오늘 소식이 없는 거야. 이미 연체된 지 오래인데 마지막 통고시한을 넘겼으니까 이제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거든.>
정우현은 지선을 흘끗 쳐다보더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계좌번호하고 금액 불러.”
그는 뒷주머니에서 그의 휴대전화를 꺼내서 다이얼을 눌렀다.
<허. 이거 뭐야>
전화기에서 놀라는 혹은 놀리는 듯한 비아냥거림이 들리자 정우현은 더욱더 싸늘하게 대답했다.
“똑바로 불러. 그리고 한 번만 더 막말로 통화하면 너도 은행일 더 이상 못하게 해줄 테니까, 똑바로 해.”




<벌써 네 시간 째 공중에 떠있다. 낮이었다면 더욱더 좋았을 텐데.
지구의 자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니 아마 11시간 내내 밤일 것이다.
그동안 꿈에서만 그리던 비행기 여행이라는 것이 이런 작은 통로 사이에 구겨지듯 앉아서
꼼짝도 없이 수없이 많은 타인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머물러 있는 것이라니.
그래도 이 기나긴 시간을 참을 수 있는 것은 비행기가 1미터를 날아감으로써
그와의 거리를 1미터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그가 거기에 있다면.
그리움이라는 것이 병이 된다면.
난 이미 죽었어야 하는 것일까.>

<머리가 아프다……. 검은 구름 위로 천둥번개가 치는 것이 보인다.
저 밑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는 비 올 것을 걱정하고 있겠지
자기 머리 위에 두꺼운 구름 위로 이렇게 제각각인 사람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난생 처음 듣는 말 같다. 사실일까?>

<보고 싶다. 그가 보고 싶다. 나와……. 전화에서 짧은 메시지. 그의 회색 차. 언제나 앉아 나를 기다려주던 벤치…….
그 모든 것이다 환상이었을까. 결혼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를 볼 수만 있다면.
원래가 나의 사람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었겠지. 아니었겠지……. 누가 나 같은걸.>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마치……. 아니 뭐라고 비유할 필요도 없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수만의 사람들 속에 내가 그냥 갈 곳 없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그가 나를 만나주지 않을 것 같다.
그를 보더라도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뛰어갔는데 그가 마치 모른 척하듯 뒤돌아 가버리는
환상에 자꾸만 시달리고 있다.
서 있는 채로 졸고 있는 것만 같다.
프랑스에 오면 정말 행복할 것만 같았는데…….
무섭다. 이 낯선 곳에 버려진 것보다 그가 나를 버릴까봐.>


평정. 냉정. 시니컬. 냉소적임……. 30평생 자라나면서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 저 자식은 제 앞에서 제 부모가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작 안 할 놈. 그 말은 맞다. 친모든 양모든 친부든……. 그들이 뭐라고 싸우고 난리치던 간에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떨린 듯한 예쁘장한 글씨들을 본 순간, 평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식적인지를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저 여자가 겪었을 수많은 갈등과 고민과 두려움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방치해야 하는 거 아니면 이 <게임>이라는 것의 규칙대로 저 여자를 그냥 상처투성이인 채로 보내야 하는 건지.

.......................

아무래도 좋았다.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상관없었다.

다만 눈앞에 그가 앉아 있지 않은가. 무심한 눈빛으로 연주만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그가 자신을 쳐다봐 주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의 물기 어린 시선을 몰래 쳐다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신하고는 관계없게 느껴졌다. 지금 그와 같은 곳에 앉아서 같은 숨을 쉬고 있고 때론 손이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와 같은 음식을 먹고 있으며 그가 듣는 음악이 그녀의 귀에도 들리고 있다. 그것이면 다 이지 않은가. 그가 자신을 보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느냐고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사랑한다고 속삭여주지도, 황홀한 키스를 해주지 않아도 그녀는 슬프지 않았다. 저 사람은 그저 자신의 인생에 존재해 주기만 해도, 자신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만 있어주어도 그가 할 일을 다 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그의 몸에서 풍기는 담배 냄새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지선은 그냥 이 순간이 행복했다.

그런데 그 행복을 깨는 일이 일어났다. 테이블위에 얌전히 놓여 있던 지선의 손을 그가 조용히 덮은 것이었다. 손을 덮고 그는 엄지손가락을 그녀의 손바닥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가 당황한 듯 놀라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바이올린에 시선을 둔 채였다.



그의 체온이 그녀에게 느껴지자 지선은 마음 한구석이 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고통인지 기쁨인지조차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작가소개
- 언재호야(焉哉乎也)

천자문의 맨 마지막 네 글자.
모든 사람이 처음은 알고 있지만 끝은 모르듯이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의 다른 끝을 만들어 보고 싶어하는 사람.

발라드 보다는 락을 좋아하고,
람보르기니에 열광하는 조금 별난 여자 사람.

캐시로 구매 시 보너스 1% 적립!

전체선택

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1-1/3

3,000원

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1-2/3

3,000원

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2/3

3,000원
총 0권 선택

총 금액 0원  

최종 결제 금액  0원 적립보너스 0P

이 작품 구매자의 다른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