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日月)(전5권)

로맨스 역사/시대물
이리리
출판사 로맨스토리
출간일 2015년 02월 20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10점 (59건)
작품설명

역적의 딸.
바로 어제까지 칭송받던 고려의 대신이자
학자의 딸인 채연에게 새로이 붙은 낙인이었다.

동생들을 위해
부엌일을 하는 천한 공녀로 자원해서 명나라로 떠나는데.
황도로 들어가기 전날 밤,
자결하려는 무사를 발견하고 말리면서
이름 없는 궁녀로 살다 스러지려는 그녀의 소망은 끝이 난다.
그리고 황궁에서 환관인줄 알고
황태손과 친구가 되면서 평범한 조선 공녀는
황위 계승이라는 소용돌이의 중심이 되는데.

이리리의 로맨스 장편 소설 『일월 (日月)』 제 1권.



<본문중에서>

비라도 금방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린 하늘에 가려 달도 보이지 않는 흑야. 상대의 얼굴도 잘 구별할 수 없는 암흑의 장막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잊은 것처럼 두 사람은 그렇게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연못만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주저앉는 추태를 부리지 않을 만큼 진정이 되었지만 이상하게 일어서기가 싫었다. 아마도 그녀의 남은 평생 중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적요한 평화를 떠나기 싫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내일 긴 여정을 견뎌 내려면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했다. 아쉽게 일어서려는 순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비운 술병을 내려놓으며 사내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계집치고는 보기 드물게 말이 없구나.]
과묵하지 않은 사내도 천하에 널렸다는 되바라진 대꾸를 마지막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삼켰다. 대신 검은 옷을 입어 형체도 잘 보이지 않는 사내의 건장한 등덜미를 대차게 쏘아보다 지레 겁을 먹고 고개를 떨궜다. 다행히 그는 발끈했던 반응을 감지하지 못한 듯했다.
[어디 출신이냐?]
[무슨 말씀이신지요?]
[네 말투는 아국(我國)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목숨을 건졌지. 아니었다면 난 지금 네 시신을 벗 삼아 한잔하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엔 그저 놀리려는 농인가 했다. 그렇지만 웃음기가 풀풀 날리는 음성 속엔 묵직한 진실이 존재했다.
이 사내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무서운 깨달음이 엄습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저 가벼운 태도는 채연에겐 감당 못 할 공포 그 자체였다.
잠시 잠깐, 이 사내가 혹시 야밤에 하계에 나들이를 온 염마왕(閻魔王)이나 대라선(大羅仙, 전쟁의 신.)이 아닐까 턱없는 상상까지 떠오르고, 오금이 저려 옴짝달싹할 기력마저 사라졌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칼자루를 쥔 것은 저쪽이었다. 겁도 없이 미적이던 자신의 무거운 엉덩이를 탓하며 그녀는 떨림을 간신히 감췄다.
[동쪽에 있는 고려의 개경 출신입니다.]
이성계의 나라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아 아직도 그녀에게 익숙한 지명을 댔다.
[고려?]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것 같던 사내의 반문이 어둠 속에서 날아왔다.
[동국(東國) 조선을 말하는 것이냐? 몇 해 전 이씨 성을 가진 장수가 왕씨를 몰아내고 고려 땅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새로 열지 않았던가?]
인정하기 싫지만 고려가 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새록새록 억울한 기억들과 서글픔에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려 애쓰는데 그가 재차 물었다.
[그런데 여인이 어째서 이 먼 곳까지 오게 된 거냐?]
[공녀로 선발되었습니다.]
사내의 날카로운 시선에 그녀에게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공녀라……. 이씨 왕가에 원한이 깊은 모양이구나. 왕조가 바뀌는 와중에 네 가족이 화를 크게 입은 모양이지?]
놀란 숨소리를 삼켰지만 밤 고양이처럼 예민한 사내의 귀는 그것 역시 놓치지 않았다.
[역시 그랬군. 그런데 넌 죽었다 깨어나기 전에는 원수를 갚지 못할 것 같다. 복수란 상대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낼 때까지는 귀신에게도 그 속을 드러내지 않아야만 가능한 법인데 이리 쉽게 속내를 들키니. 쯧쯧. 글렀구나.]
어둠 속에서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희미하게 느껴졌다.
[황상의 총애를 얻어 원한을 갚는 것이 여인의 몸으로 보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는 하다만, 고작 여인 때문에 나무랄 데 없이 고분고분한 제후의 목을 쳐 줄지……. 더구나 황제께선 아무리 총애하는 여인이라 해도 정사에 끼어드는 걸 용납하시는 분이 아니다. 얼마 전 둘째 아들인 진왕(秦王)이 승하했을 때 생전에 덕이 불량했다며 민(愍, 근심, 걱정, 불쌍히 여기다란 의미)이라는 시호를 붙여 주셨을 정도지. 참척의 고통도 거뜬히 이겨 내시는 분이니 넌 미약한 황자나 하나 호려 부귀영화를 누리는 정도에서 욕심을 접는 게 현명할 것이다.]

작가소개
- 이리리

좋아하는 것 - 해피 엔딩, 동족을 제외한 동물,
지오반니 갈리 초콜릿, 브뤼셀.

싫어하는 것 - 새드 엔딩, 동물을 싫어하는 동족
(인간만 살라고 만들어진 지구가 아닙니다),
서울의 바뀐 버스 노선 (불가사의 수준. 땅 속 세상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멍*부.

『현향기』, 『연의 바다』, 『광시곡』, 『마녀의 정원』,
『영원의 미로(공저)』, 『일월 (日月)』를 출간했다.

작품설명

역적의 딸.
바로 어제까지 칭송받던 고려의 대신이자
학자의 딸인 채연에게 새로이 붙은 낙인이었다.

동생들을 위해
부엌일을 하는 천한 공녀로 자원해서 명나라로 떠나는데.
황도로 들어가기 전날 밤,
자결하려는 무사를 발견하고 말리면서
이름 없는 궁녀로 살다 스러지려는 그녀의 소망은 끝이 난다.
그리고 황궁에서 환관인줄 알고
황태손과 친구가 되면서 평범한 조선 공녀는
황위 계승이라는 소용돌이의 중심이 되는데.

이리리의 로맨스 장편 소설 『일월 (日月)』 제 1권.



<본문중에서>

비라도 금방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린 하늘에 가려 달도 보이지 않는 흑야. 상대의 얼굴도 잘 구별할 수 없는 암흑의 장막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잊은 것처럼 두 사람은 그렇게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연못만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주저앉는 추태를 부리지 않을 만큼 진정이 되었지만 이상하게 일어서기가 싫었다. 아마도 그녀의 남은 평생 중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적요한 평화를 떠나기 싫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내일 긴 여정을 견뎌 내려면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했다. 아쉽게 일어서려는 순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비운 술병을 내려놓으며 사내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계집치고는 보기 드물게 말이 없구나.]
과묵하지 않은 사내도 천하에 널렸다는 되바라진 대꾸를 마지막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삼켰다. 대신 검은 옷을 입어 형체도 잘 보이지 않는 사내의 건장한 등덜미를 대차게 쏘아보다 지레 겁을 먹고 고개를 떨궜다. 다행히 그는 발끈했던 반응을 감지하지 못한 듯했다.
[어디 출신이냐?]
[무슨 말씀이신지요?]
[네 말투는 아국(我國)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목숨을 건졌지. 아니었다면 난 지금 네 시신을 벗 삼아 한잔하고 있었을 것이다.]
처음엔 그저 놀리려는 농인가 했다. 그렇지만 웃음기가 풀풀 날리는 음성 속엔 묵직한 진실이 존재했다.
이 사내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무서운 깨달음이 엄습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저 가벼운 태도는 채연에겐 감당 못 할 공포 그 자체였다.
잠시 잠깐, 이 사내가 혹시 야밤에 하계에 나들이를 온 염마왕(閻魔王)이나 대라선(大羅仙, 전쟁의 신.)이 아닐까 턱없는 상상까지 떠오르고, 오금이 저려 옴짝달싹할 기력마저 사라졌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칼자루를 쥔 것은 저쪽이었다. 겁도 없이 미적이던 자신의 무거운 엉덩이를 탓하며 그녀는 떨림을 간신히 감췄다.
[동쪽에 있는 고려의 개경 출신입니다.]
이성계의 나라 이름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아 아직도 그녀에게 익숙한 지명을 댔다.
[고려?]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것 같던 사내의 반문이 어둠 속에서 날아왔다.
[동국(東國) 조선을 말하는 것이냐? 몇 해 전 이씨 성을 가진 장수가 왕씨를 몰아내고 고려 땅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새로 열지 않았던가?]
인정하기 싫지만 고려가 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새록새록 억울한 기억들과 서글픔에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려 애쓰는데 그가 재차 물었다.
[그런데 여인이 어째서 이 먼 곳까지 오게 된 거냐?]
[공녀로 선발되었습니다.]
사내의 날카로운 시선에 그녀에게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공녀라……. 이씨 왕가에 원한이 깊은 모양이구나. 왕조가 바뀌는 와중에 네 가족이 화를 크게 입은 모양이지?]
놀란 숨소리를 삼켰지만 밤 고양이처럼 예민한 사내의 귀는 그것 역시 놓치지 않았다.
[역시 그랬군. 그런데 넌 죽었다 깨어나기 전에는 원수를 갚지 못할 것 같다. 복수란 상대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낼 때까지는 귀신에게도 그 속을 드러내지 않아야만 가능한 법인데 이리 쉽게 속내를 들키니. 쯧쯧. 글렀구나.]
어둠 속에서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희미하게 느껴졌다.
[황상의 총애를 얻어 원한을 갚는 것이 여인의 몸으로 보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는 하다만, 고작 여인 때문에 나무랄 데 없이 고분고분한 제후의 목을 쳐 줄지……. 더구나 황제께선 아무리 총애하는 여인이라 해도 정사에 끼어드는 걸 용납하시는 분이 아니다. 얼마 전 둘째 아들인 진왕(秦王)이 승하했을 때 생전에 덕이 불량했다며 민(愍, 근심, 걱정, 불쌍히 여기다란 의미)이라는 시호를 붙여 주셨을 정도지. 참척의 고통도 거뜬히 이겨 내시는 분이니 넌 미약한 황자나 하나 호려 부귀영화를 누리는 정도에서 욕심을 접는 게 현명할 것이다.]

작가소개
- 이리리

좋아하는 것 - 해피 엔딩, 동족을 제외한 동물,
지오반니 갈리 초콜릿, 브뤼셀.

싫어하는 것 - 새드 엔딩, 동물을 싫어하는 동족
(인간만 살라고 만들어진 지구가 아닙니다),
서울의 바뀐 버스 노선 (불가사의 수준. 땅 속 세상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멍*부.

『현향기』, 『연의 바다』, 『광시곡』, 『마녀의 정원』,
『영원의 미로(공저)』, 『일월 (日月)』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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