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랑을 말하다.

다정하지만 무심한 남자 상헌을 십 년간 짝사랑한 영진의 가슴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픔과 외로움으로 가득하다.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그와의 거리에 몹시 힘이 들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관계라 해도 영진은 그를 향한 사랑을 멈추고 싶지 않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커져 버린 욕심이 점점 그녀를 변하게 하고, 영진은 그를 갖기 위해 마지막 시도를 하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우리 만난 지 올해로 10년째인가?”

“아, 네…….”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영진은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벌써 그렇게 됐구나. 너 처음 본 날 생각난다.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얼마나 수줍어하던지, 태진이가 너 귀엽다고 난리였어.”

“그래요?”

“응. 태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여동생이 없잖아. 그래서 아마 네가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여동생. 또다시 원점이다. 이젠 후배도 모자라 여동생이라…….

“실장님, 제가 아직도 마냥 어리게만 보이세요? 저도 이제 스물일곱 살이에요. 누구에게 귀엽다는 말 듣고 좋아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영진이 정색을 하며 말하자 상헌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영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여자로 보이긴 하세요?”


* 이 전자책은 2006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순애보〉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