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게 어떤 거냐니까. 왜 말을 못해? 말을 못하는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시후는 열도 받고 질투도 나고 주체하기 힘든 감정에 잔뜩 비꼬며 이기죽거렸다.
“어제는 나랑 자더니 오늘은 딴 남자야?”
이안은 급속도로 굳었다. 마음은 그보다 빨리 싸해졌고 머리 또한 차가워졌다.
“뭐?”
“어제는 나랑 자고 오늘은 딴 남자랑 잤냐고. 무슨 말이냐니까!”
이안은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돌고 코끝이 찡해왔다.
“뭐랬는지 알고 싶어?”
“나랑 사귀재. 듣고 싶은 거 들었으면 이제 그만 가봐.”
이안은 어젯밤 일은 꿈이라고 치자고 마음먹었다. 아주, 아주 더러운 꿈. 이안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차오르더니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시후가 질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잠시 이성이 제 기능을 잃었다.
“하이안!”
시후가 소리쳤으나 이안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더 이상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눈물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