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남편 도메니코와의 불화로 아무 말 없이 이탈리아에서 도망치듯 떠난 샤스키아. 그와 다시 마주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며, 그녀는 고향인 영국에서 조용히 숨어 지낸다. 시간이 지나고 안정적인 삶을 다시 꾸려 가던 샤스키아는 여행을 겸하여 사업차 베네치아에 방문한다. 그리고 오페라를 보러 간 극장에서 자신을 번뜩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도메니코와 마주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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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서

“가겠어요, 제발!”
샤스키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2년이야, 샤스키아. 2년씩이나 날 버려두었지. 그래 놓고선 가겠다고? 내가 미친 줄 알아? 내가 영국을 대체 몇 번이나 간 줄 알아? 그래, 정말이지 굉장한 경험이었어.”
도메니코가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고. 자살한 어떤 여자가 당신일까 봐 영국까지 날아간 적도 몇 번이나 되었지. 그래, 정확히 783일이야. 그 긴 날들을 난 당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지내야 했어.”

“미안….”

“미안하단 소리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아.”

“그럼 무슨 말을 해야 하죠?”
그녀의 두 뺨 위로 눈물이 얼룩지기 시작했다.

잠시 말이 없던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가볍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울지 마, 샤스키아. 난 당신이 울고 있는 걸 차마 보지 못하겠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