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마음의 빈자리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때…….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믿었던 약혼자에게 배신당한 시은은 괴로운 마음을 접기 위해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둔산에 내려온다. 상처 입은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준혁.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결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과거의 상처만이 가득한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 잠깐 맛보기

「울지 마, 네가 울면…….」

「사랑해요.」
울먹이며 하는 시은의 말이 준혁의 귀를 파고 들어왔다.
「사랑해요.」

준혁은 심장이 세차게 고동쳤다. 서른 해를 사는 동안 심장이 이렇게 힘차게 고동친 일은 일찍이 없었다. 준혁은 와락 시은의 목을 끌어안았다.
「널 사랑한다. 널 사랑해, 널…….」
준혁은 가슴 터질 것 같은 이 사랑을 시은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성한 몰골이 아닌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 주는 시은을 너무도 사랑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저주처럼 붙어 있는 이 흔적은 준혁으로 하여금 활동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었다. 공주를 구하는 멋진 왕자의 역할도,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도 되지 못하게 했다.
「시은아.」

「무서웠어요.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달았기에 당신을 잃어버릴까 봐 무서웠어요.」
시은은 믿어 달라는 표정으로 도리질을 쳤다.

「그래 내가 바보 같았다.」

「내 곁에 있을 거죠?」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은은 준혁에게로 몸을 기울여 그의 입술에 살짝 입술을 대었다. 준혁이 시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깊게 입을 맞추었다. 그와의 첫 입맞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