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한 시간 이십분. 나는 아직 사십분쯤은 떨리는 가슴으로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이 오기를, 나에게 당신이 오기를, 숨쉬는 것도 버거울 만큼 기대합니다. 내게 당신은 독한 양주와도 같이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작가소개
2001년 7월 [대련]으로 인터넷에 글쓰기 시작.
현재는 [로망띠끄]와 [별리의 글방]에서 “별리”로 활동.
대련, 위험한 계획, 그리 운(雲), 노랑병아리, 서리를 머금은 단풍, 연인과 그 외 다수의 단편
현재 [혼례]를 로망띠끄와 개인홈에서 연재중.
홈페이지 : http://indigoin.com
<작품 속에서>
수영의 말에 건우는 더듬더듬 전기스위치를 찾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가슴이 얼마쯤 진정되는 것은 무턱대고 거부로 일관하던 수영이 그나마 내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였다.
"불 켜지마. 우리 그냥 이대로 있자. 어두워도 말을 할 수 있잖아."
"그래."
엉거주춤 건우는 다시 앉았다. 등 뒤로 딱딱한 벽이 굳건하게 버티고 섰다. 그 아래, 그녀가 누웠음직한 요는 아직도 여전히 깔려있었다. 처음과 다르게 방바닥에 훈기가 있다는 것만이 달랐다.
"왜 왔니?"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그랬구나. 그래, 어때?"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다."
"그렇구나."
단답형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건우는 세워진 무릎에 손을 얹고 어두운 창에 연하게 비치는 빛을 보았다. 그것을 보며 그도 무언가 물어야 했다. 뭘 묻지? 뭘? 딱히 무엇도 떠오르지 않는 건우를 재치고 수영이 또 물었다.
"요즘 잠 못 잤니?"
"응."
"왜? 아, 요즘도 취재할게 많겠구나. 이참엔 시사지 한 개 못 봤어."
"봐도, 못 찾았을 거다."
"왜?"
"내 기사가 실린 곳이 없으니까."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또 무언가 미안하다는 말을 할 것 같았다.
"카페는 잘 돼?"
또 한 번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그녀가 대답했다.
"응."
"힘든 건 없고?"
"응."
"화분들은 잘 커?"
"아마도."
"다행이네."
중요한 것을 지척에 두고 내내 겉돌기만 하고 있는 대화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두 사람은 연방 묻고 답했다. 그것으로 찾아온 작은 평온을 놓고 싶지 않았기에 누구도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간월도 민박집이 생각나네."
수영의 말에 건우는 간월도의 민박집을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러나 간월도가 서해안의 태안반도 아래 서산끝머리에 있다는 지리적인 상식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곳은 아마도 자신이 간척사업의 폐허에 대해 무언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찾았을 것이다. 그곳에서 수영과 함께 민박집을 찾았던가?
" 건우 씬 기억 못 할 거야. 그때, 건우 씬 내내 잤어. 지금처럼 이렇게 앉아서 건우 씬 계속 잤고, 난 그런 건우 씰 계속 바라봤어. 아마, 줘도 못 먹는 바보. 그런 말을 하면서 건우 씰 욕했을 거야."
수영의 말에 웃음이 묻어났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얼핏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 처음 그녀가 자신에게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욕을 해대던 때일 것이다. 그녀의 화에 황당함으로 낯을 붉히던 것이 언뜻 떠오르기도 했다.
"난 그날 건우 씨와 자고 싶었거든. 스물다섯을 보내고 스물여섯을 목전에 둔 겨울이었어. 당신을 갖고 싶었어. 그때 난 당신과 꼭 자야한다는 사명감 비슷한 게 있었던 거 같아.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한 수영은 아마도 허공을 향해 들린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알고 있었다. 애매한, 혹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은 것을 생각해 낼 때의 그녀는 늘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것을 유추하는 것이 겨우 그가 하는 일이었다. 그 유추 안으로 그녀의 말이 들렸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한 시간 이십분. 나는 아직 사십분쯤은 떨리는 가슴으로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이 오기를, 나에게 당신이 오기를, 숨쉬는 것도 버거울 만큼 기대합니다. 내게 당신은 독한 양주와도 같이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작가소개
2001년 7월 [대련]으로 인터넷에 글쓰기 시작.
현재는 [로망띠끄]와 [별리의 글방]에서 “별리”로 활동.
대련, 위험한 계획, 그리 운(雲), 노랑병아리, 서리를 머금은 단풍, 연인과 그 외 다수의 단편
현재 [혼례]를 로망띠끄와 개인홈에서 연재중.
홈페이지 : http://indigoin.com
<작품 속에서>
수영의 말에 건우는 더듬더듬 전기스위치를 찾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가슴이 얼마쯤 진정되는 것은 무턱대고 거부로 일관하던 수영이 그나마 내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였다.
"불 켜지마. 우리 그냥 이대로 있자. 어두워도 말을 할 수 있잖아."
"그래."
엉거주춤 건우는 다시 앉았다. 등 뒤로 딱딱한 벽이 굳건하게 버티고 섰다. 그 아래, 그녀가 누웠음직한 요는 아직도 여전히 깔려있었다. 처음과 다르게 방바닥에 훈기가 있다는 것만이 달랐다.
"왜 왔니?"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그랬구나. 그래, 어때?"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다."
"그렇구나."
단답형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건우는 세워진 무릎에 손을 얹고 어두운 창에 연하게 비치는 빛을 보았다. 그것을 보며 그도 무언가 물어야 했다. 뭘 묻지? 뭘? 딱히 무엇도 떠오르지 않는 건우를 재치고 수영이 또 물었다.
"요즘 잠 못 잤니?"
"응."
"왜? 아, 요즘도 취재할게 많겠구나. 이참엔 시사지 한 개 못 봤어."
"봐도, 못 찾았을 거다."
"왜?"
"내 기사가 실린 곳이 없으니까."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또 무언가 미안하다는 말을 할 것 같았다.
"카페는 잘 돼?"
또 한 번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그녀가 대답했다.
"응."
"힘든 건 없고?"
"응."
"화분들은 잘 커?"
"아마도."
"다행이네."
중요한 것을 지척에 두고 내내 겉돌기만 하고 있는 대화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두 사람은 연방 묻고 답했다. 그것으로 찾아온 작은 평온을 놓고 싶지 않았기에 누구도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간월도 민박집이 생각나네."
수영의 말에 건우는 간월도의 민박집을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러나 간월도가 서해안의 태안반도 아래 서산끝머리에 있다는 지리적인 상식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곳은 아마도 자신이 간척사업의 폐허에 대해 무언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찾았을 것이다. 그곳에서 수영과 함께 민박집을 찾았던가?
" 건우 씬 기억 못 할 거야. 그때, 건우 씬 내내 잤어. 지금처럼 이렇게 앉아서 건우 씬 계속 잤고, 난 그런 건우 씰 계속 바라봤어. 아마, 줘도 못 먹는 바보. 그런 말을 하면서 건우 씰 욕했을 거야."
수영의 말에 웃음이 묻어났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얼핏 떠오르기도 했다. 아마, 처음 그녀가 자신에게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욕을 해대던 때일 것이다. 그녀의 화에 황당함으로 낯을 붉히던 것이 언뜻 떠오르기도 했다.
"난 그날 건우 씨와 자고 싶었거든. 스물다섯을 보내고 스물여섯을 목전에 둔 겨울이었어. 당신을 갖고 싶었어. 그때 난 당신과 꼭 자야한다는 사명감 비슷한 게 있었던 거 같아.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한 수영은 아마도 허공을 향해 들린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알고 있었다. 애매한, 혹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은 것을 생각해 낼 때의 그녀는 늘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것을 유추하는 것이 겨우 그가 하는 일이었다. 그 유추 안으로 그녀의 말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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