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가상현실 미연시 레종데르트.
마지막 엔딩 분기점에서 남주 대신 공격을 맞고 죽었다. 그것도 유언으로 고백을 남기면서.
그렇게 남주의 멘탈을 제대로 박살내고 새 게임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병에 시한부 설정까지 생기더니 공략캐들이 나를 보면서 거대한 착각을 하기 시작한다.

“세상에 자기 심장에 칼을 꽂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죽지 마, 아나스타샤. 제발……”

아무래도 내 연기 실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어느새 난 병을 앓으면서도 인류의 평화를 위해 내 한 몸 기꺼이 희생하는 고결한 용사가 되어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즐겨볼까?
게임은 원래 컨셉잡는 맛에 하는 거잖아!

그런데.

“과거도, 또 그대의 죽음도.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남자, 눈이 맛이 갔다.
……아무래도 지난 99회차를 기억하는 모양이다.

***

요즘 게임을 너무 많이 했는지 건강이 나빠졌다.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데, 의사가 담담히 선언했다.

“리나 씨의 유전자는 같은 B-1+계급에 비해 훨씬 짧습니다. 제조 당시 벌어진 실수겠죠.”
“……예?”
“앞으로 3개월 남았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는 도망치듯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수상한 남자의 메시지를 받았다.

“현 톨카의 체재가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뭐라고……”
“인간에게 등급을 부여하고 완벽한 맞춤 아기를 만들어선, 나라에서 정해 준 대로 살아간다. 마치 정부가 신이라도 된 모양새군요.”

그는 내 앞에서 몹시 불온한 사상을 읊으며,

“정답은 혁명을 일으키는 겁니다. 이 기형적인 사회를 돌려놓기 위한.”

충격적인 제안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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