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의 이루다는, 18세의 강유호가 좋았다.
그래서 졸졸졸, 그를 따라다녔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오빠는 멋지니까요.”
“고맙다.”
“그래서 참 많이 좋아해요.”
“그것도 고맙다.”
23세의 이루다는, 여전히 28세의 강유호가 좋았다.
그러나 더는 따라다니지 않기로 했다.
“이 고백이 마지막이에요.”
십 년간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던 루다의 마지막 고백에,
유호는 난생처음 혼란스러운 감정을 맞이하는데…….
<본문중에서>
그의 성의 없는 선물을 루다는 활짝 웃으면서 반겼다. 고작해야 8천 원짜리 앞치마를 루다는 오래도록 즐겨 입었다. 빨고, 삶고, 다리미로 다려 가면서.
“버렸어요.”
그토록 아끼던 앞치마를 버렸다고 했다.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손이 멈칫했다.
“왜?”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낡았으니까요.”
루다의 덤덤한 말에 유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없던 입맛이 더 떨어졌다.
“새로 사 줄게.”
“됐어요.”
“왜?”
“이젠 오빠에게 선물 받고 싶지 않아요.”
루다의 말에 유호의 표정에서 일순 온기가 빠져나갔다. 냉기가 흐르는 무표정을 바라보던 루다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오빠, 여동생으로 지내자고 한 건 너 아니었던가?”
“맞아요.”
“그런데 앞치마조차 받기 싫다?”
“오빠, 여동생 사이니까 굳이 불필요한 선물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건 남보다 못한 사이 같은데?”
“남보다 못한 사이에 이렇게 해장국을 차려 줄 리 없죠.”
꼬박꼬박 대답하는 루다를 쳐다보던 유호가 기어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입안에 넣고 싶지 않았다. 모래를 한 움큼 집어 먹은 것처럼 까끌거리는 입안을 혀로 쓸며 유호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불편하게 거리를 두는 이유가 뭐야?”
“…….”
“이전처럼 굴어. 나도 그럴 테니까.”
기어코 유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루다가 눈을 들어 유호를 바라보았다.
유호의 덜 마른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 아래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려진 그의 수려한 외모가 아름답게 빛났다. 짙은 눈매와 깊은 눈동자, 카리스마와 색스러움이 공존하는 그 묘한 얼굴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쿵, 쿵. 속절없이 가슴이 뛰었다. 루다는 숨을 들이마시며 잠시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추었다. 쓸모없는 박동이다.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루다가 입술을 떼어 냈다.
“오빠.”
유호가 말하라는 듯 루다를 응시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오빠와 여동생의 거리예요.”
“내가 생각하는 건 이게 아닌데? 이전처럼 해. 그게 너한테 잘 어울려. 그리고 나도 편하고.”
“아뇨. 제가 싫어요.”
루다의 강경한 대답에 유호의 표정이 삐딱해졌다.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대고 앉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왜?”
“오빠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를 친구의 여동생으로 생각하겠지만 전 달라요. 저는 강유호라는 남자를 짝사랑하던 남자에서 오빠의 친구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해요. 그게 단숨에 될 리가 없잖아요.”
유호의 눈썹에서 힘이 탁 풀렸다. 남자에서 오빠의 친구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라는 그 말이 푹 하고 내리꽂혔다.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노력 중이고, 또 금방 그렇게 될 것 같으니까. 맛있게 드시고 조심히 가세요.”
루다가 그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쿵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루다가 서 있던 자리에 한참이나 시선을 두던 유호가 느릿하게 시선을 내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루다지만 귀찮았던 적도 많았다.
바쁜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오면 늘 기다리는 누군가. 한 마디도 말하기 싫은 순간 자신의 곁에서 끝없이 재잘거리던 루다.
가족 없이 혼자 살아온 유호에게 루다의 친근함은 낯선 불편함이었다. 오랜 시간 힘들게 그 재잘거림에 적응해 놨더니, 이젠 새로운 습관에 적응하라며 자신에게 숙제거리를 던져 주었다. 이제 서로 먼 거리를 유지하자고 루다가 말하고 있었다.
“후우.”
유호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루다의 말대로 그녀의 어색한 행동은 새롭게 거리 조정을 하기 위한 시간일 거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루다는 또다시 밝게 웃는 얼굴로‘오빠’라고 부르며 자신에게 다가올 거다.
루다의 말대로 그녀에겐 시간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 그런 걸 거라 생각하며 유호가 숨을 들이마셨다.
유호는 숟가락을 들어 북엇국을 한입 먹었다. 맛없다. 아니, 맛이 느껴지질 않았다.
한 입, 두 입, 그렇게 천천히 북엇국을 먹던 유호는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치솟아 올라 더는 먹을 수가 없었다.
작가소개
- 서혜은
오늘도 쓸 글이 있어서,
오늘도 글을 쓸 체력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출간작>
너에게 나를 주다
계약하다
오피스 로맨스
절대적 관계
오피스 다이어리
귀공자의 작업방식
사내연애를 피하는 방법
너에게로 추락
<이북 출간작>
37도, 미열
in office
키스후애
불면의 밤
고백하는 겁니다
사랑이 피어나다
13세의 이루다는, 18세의 강유호가 좋았다.
그래서 졸졸졸, 그를 따라다녔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오빠는 멋지니까요.”
“고맙다.”
“그래서 참 많이 좋아해요.”
“그것도 고맙다.”
23세의 이루다는, 여전히 28세의 강유호가 좋았다.
그러나 더는 따라다니지 않기로 했다.
“이 고백이 마지막이에요.”
십 년간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던 루다의 마지막 고백에,
유호는 난생처음 혼란스러운 감정을 맞이하는데…….
<본문중에서>
그의 성의 없는 선물을 루다는 활짝 웃으면서 반겼다. 고작해야 8천 원짜리 앞치마를 루다는 오래도록 즐겨 입었다. 빨고, 삶고, 다리미로 다려 가면서.
“버렸어요.”
그토록 아끼던 앞치마를 버렸다고 했다.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손이 멈칫했다.
“왜?”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낡았으니까요.”
루다의 덤덤한 말에 유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없던 입맛이 더 떨어졌다.
“새로 사 줄게.”
“됐어요.”
“왜?”
“이젠 오빠에게 선물 받고 싶지 않아요.”
루다의 말에 유호의 표정에서 일순 온기가 빠져나갔다. 냉기가 흐르는 무표정을 바라보던 루다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오빠, 여동생으로 지내자고 한 건 너 아니었던가?”
“맞아요.”
“그런데 앞치마조차 받기 싫다?”
“오빠, 여동생 사이니까 굳이 불필요한 선물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건 남보다 못한 사이 같은데?”
“남보다 못한 사이에 이렇게 해장국을 차려 줄 리 없죠.”
꼬박꼬박 대답하는 루다를 쳐다보던 유호가 기어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입안에 넣고 싶지 않았다. 모래를 한 움큼 집어 먹은 것처럼 까끌거리는 입안을 혀로 쓸며 유호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불편하게 거리를 두는 이유가 뭐야?”
“…….”
“이전처럼 굴어. 나도 그럴 테니까.”
기어코 유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루다가 눈을 들어 유호를 바라보았다.
유호의 덜 마른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 아래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려진 그의 수려한 외모가 아름답게 빛났다. 짙은 눈매와 깊은 눈동자, 카리스마와 색스러움이 공존하는 그 묘한 얼굴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쿵, 쿵. 속절없이 가슴이 뛰었다. 루다는 숨을 들이마시며 잠시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추었다. 쓸모없는 박동이다.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루다가 입술을 떼어 냈다.
“오빠.”
유호가 말하라는 듯 루다를 응시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오빠와 여동생의 거리예요.”
“내가 생각하는 건 이게 아닌데? 이전처럼 해. 그게 너한테 잘 어울려. 그리고 나도 편하고.”
“아뇨. 제가 싫어요.”
루다의 강경한 대답에 유호의 표정이 삐딱해졌다.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대고 앉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왜?”
“오빠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를 친구의 여동생으로 생각하겠지만 전 달라요. 저는 강유호라는 남자를 짝사랑하던 남자에서 오빠의 친구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해요. 그게 단숨에 될 리가 없잖아요.”
유호의 눈썹에서 힘이 탁 풀렸다. 남자에서 오빠의 친구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라는 그 말이 푹 하고 내리꽂혔다.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노력 중이고, 또 금방 그렇게 될 것 같으니까. 맛있게 드시고 조심히 가세요.”
루다가 그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쿵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루다가 서 있던 자리에 한참이나 시선을 두던 유호가 느릿하게 시선을 내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루다지만 귀찮았던 적도 많았다.
바쁜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오면 늘 기다리는 누군가. 한 마디도 말하기 싫은 순간 자신의 곁에서 끝없이 재잘거리던 루다.
가족 없이 혼자 살아온 유호에게 루다의 친근함은 낯선 불편함이었다. 오랜 시간 힘들게 그 재잘거림에 적응해 놨더니, 이젠 새로운 습관에 적응하라며 자신에게 숙제거리를 던져 주었다. 이제 서로 먼 거리를 유지하자고 루다가 말하고 있었다.
“후우.”
유호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루다의 말대로 그녀의 어색한 행동은 새롭게 거리 조정을 하기 위한 시간일 거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루다는 또다시 밝게 웃는 얼굴로‘오빠’라고 부르며 자신에게 다가올 거다.
루다의 말대로 그녀에겐 시간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 그런 걸 거라 생각하며 유호가 숨을 들이마셨다.
유호는 숟가락을 들어 북엇국을 한입 먹었다. 맛없다. 아니, 맛이 느껴지질 않았다.
한 입, 두 입, 그렇게 천천히 북엇국을 먹던 유호는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하고 무언가가 치솟아 올라 더는 먹을 수가 없었다.
작가소개
- 서혜은
오늘도 쓸 글이 있어서,
오늘도 글을 쓸 체력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출간작>
너에게 나를 주다
계약하다
오피스 로맨스
절대적 관계
오피스 다이어리
귀공자의 작업방식
사내연애를 피하는 방법
너에게로 추락
<이북 출간작>
37도, 미열
in office
키스후애
불면의 밤
고백하는 겁니다
사랑이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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