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에게는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육체적으로는 완전히 회복했지만 그녀는 뜻밖의 교통사고로 약혼자와 그의 아이가 죽은 것에 대한 엄청난 죄의식에 시달렸다. 사고를 잊기 위해 그리고 삽화 그리기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이언 경의 별장에 머물기로 했지만 꼬마 제이미와 꼴보기 싫은 휴고에 대해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폴라가 세운 인생과 사랑의 장벽을 허물 것 같았다.

▶ 책 속에서

“당신이 원하는 건 바로 나야”

휴고가 말했다.
“어제 날 사랑한다고 했던 말은 바로 당신의 진심이었어. 충격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니란 말야”

“아니에요, 진심이 아니었어요”폴라는 고개를 떨구었다.
“난 그때 취해 있었어요”

“아냐, 그 정도로 취하진 않았었어. 그때 당신은 내 품에 안기고 싶어했어. 선술집에서 돌아온 밤에도 당신은 취하지 않았단 말야”

“그렇다면 왜 당신은 그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았죠?”

휴고는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만약 그렇게 했다면 당신은 날 원망했을 거야. 당신은 욕망을 느끼는 것 자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틀림없이 날 비난했을 거야. 그런 사태만을 피하고 싶었지.우리 둘이 사랑을 나눌 때는 두 사람 모두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야, 폴라. 당신 혼자 욕구불만에 억눌려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