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성당, 육중한 문을 밀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흑표범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외모를 지닌 남자는 천천히 걸음을 떼어내며 성당 한 가운데로 향했다. 서 있는 그 상태로 한참을 서있던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무릎을 꿇으며 눈앞에 보이는 십자가를 바라봤다.

“혹시나 내 죄를 용서하려고 넓은 자비심을 갖게 되신다면, 그 자비심……내 죄 용서하는 데가 아니라, 은새를 지킬 수 있도록, 그곳에 쏟아주십시오. 이것마저 당신께서 거절하신다면…….”

살짝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올려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짙어졌다.

“악마에게 이 부탁을 말하겠습니다. 내 영혼을 걸고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