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 편의 팬터마임 무대에 오른 연기자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표정과 어설픈 손짓 그리고 몸짓 눈짓으로 서로를 미친 듯이 읽어나갔다.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서로를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뜨거운 애무는 은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침착하게 소중한 그 무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었다. 그녀의 귓가에 그의 뜨거운 입김이 함박눈처럼 쏟아졌다. 그리곤 이내 귓속을 뾰족하게 세운 혀끝으로 후비기도 하고 귓불을 이빨로 자근자근 깨물기 시작했다…

"소장님, 차라도 한 잔 드시죠." 인성은 잔을 건네는 나영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 그만 또 한 번 뒤통수를 난타 당하는 듯한 아찔한 충격에 휩쓸리고 말았다. "허걱!" 그것은 정면으로 서 있는 나영의 하반신 사타구니 쪽 하얀 반바지 앞섶에 실루엣처럼 어른거리는 검은 그늘 때문이었다. "햐, 향이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