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왕의 귀한 막내딸 하별, 남자에게 차이다?

오라버니들 사이에서 하늘의 신인 아버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라난 그녀, 하별. 그녀의 나이 열 살 때,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 오른 천태산에서 풍류를 즐기고 있던 천랑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하별은 그 후 천랑바라기가 되어 살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엿한 숙녀가 된 그녀. 천지왕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그와 혼인하겠다며 생떼를 써 보지만, 정작 천랑은 그녀의 사랑을 외면한 채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 잠깐 맛보기

“우씨, 천랑! 이 나쁜 새끼! 내가 지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날 무시해도 되는 거야? 응?”

천랑의 등에 기대 있던 하별이 갑자기 일어나 술주정을 했다. 그 탓에 천랑이 잠깐 휘청거렸다.

“나쁜 새끼, 나쁜 놈…….”

“공주님, 가만히 계십시오. 무겁습니다.”

하별은 다시 그의 등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나쁜 천랑 선생. 만날 공부, 공부, 공부. 공부밖에 모르는 사람같이 구는 고지식의 표본!”

하별의 말에 천랑은 피식 웃었다.

“근데 그런 사람이, 고지식하고 엄격한 사람이 참 신기하게도 하늘의 금기를 깨뜨렸어…….”

“……네, 그래서 전 애초에 공주님의 스승이 될 자격이 없는 자죠. 그런 자를 왜 살리신 겁니까?”

“……너무 당연한 걸 물어 당신은.”

“…….”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하별이 천천히 그의 등에서 얼굴을 떼어 내,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속삭였다.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거 보기 싫거든. 당신이 그 인간 여자를 살렸듯이 말이야. 알아듣겠어?”


* 이 전자책은 2010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천신애 天神愛〉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