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인하다 (Imprinting)(전2권)

로맨스 현대물
언재호야(焉哉乎也)
출판사 로맨스토리
출간일 2014년 11월 26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9.7점 (30건)
작품설명

한 번도 정해진 선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남자, 인재호
연애도 철저하게 계산대로 했고,
그 계산의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떠났다.

다 너 때문이잖아.
다 나 때문이잖아…….
손을 옭아매는 한마디,
목소리를 도로 목구멍 안으로 구겨 넣는 저주 같은 주문.
제 인생이 엉뚱하게 잃어버린 막다른 복도 끝에 걸려버린 바보같은 여자, 채연서

29번째 겨울이 맹위를 떨치던 그 날.
낯선 사람이 제 걱정을 해 준다는 게
누군가가 자기를 위해 준다는 게
슬픈 일인지 처음 알았던 그 날, 두 남녀는 만났다.

언재호야(焉哉乎也)의 로맨스 장편 소설 『각인하다 (Imprinting)』 제 1권.



<본문중에서>

“보고 싶었다.”
제 속을 꽉 짓누르고 있던 환자의 죽음 같은 건 이미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대신 잊는 거쯤이야,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었던 여자가 제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제 혀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꼭꼭 눌러 놓았던 속을 꺼내 여자에게 내밀었다.
“그냥,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 다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여기 앞에 있더라. 네가 안 나왔더라면 그냥 갔을 거야. 그런데 눈앞에 있었어.”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말을 뱉은 연서가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요 당신 앞에 나타나서……. 아니 당신이 내 눈앞에 있는 게 이렇게 기쁜 게……. 너무 미안해요.
“나랑……살자.”
반지라도 하나 사서, 아니 장미라도 한 다발 들고 와서 무릎이라도 꿇고 이야기 했어야 했다. 여자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던데, 그렇게 저를 모질게 떨치고 간 여자한테 이게 무슨 헛소리 일까. 그러나 기적이라도 와서, 여자가 부산스럽게 제게 따뜻한 밥을 해 먹였으니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절대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는 제 어리석은 맘을 알기라도 하듯 고개라도 끄덕여 주길 바라는 제 맘이 참으로 불쌍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불쌍한 것 이든 비굴한 것이든 상관없었다. 여자가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기만 한다면 저는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으로 당장이라도 여자를 업고 언덕을 뛰어 내려 갈 수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야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수술실 앞에서 피냄새와 소독약 냄새를 동시에 풍기며 지친 얼굴로 나온 남자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는 어쩌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제가 열심히 차린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게 한 끼가 아니라 늘상 하는 자신의 생활이 된다면, 저 남자가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쉬는 게 제 품 안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반쯤 미쳐 쓰레기장 같은 집안을 치우다 지친 밤이면 혼자 상상에 젖곤 했었다. 그러나 그건 상상이니까 행복한 거였다. 며칠이면, 아니 한 달쯤이면 잊혀 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제 반평생을 키워준 엄마도 한 달도 못 되어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하물며 얼마 전에 만나 며칠 함께한 남자쯤이야……. 그런 남자쯤이야…….
가슴속이 싸하게 오그라드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식탁 저편의 남자가 아득하게 보였다. 제가 수 십 번이나 상상만 하고 기억만 다그치던 저를 쓰다듬던 하얀 손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미친 척 하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하고 체념해 버리면 저 손은 다시 저를 뜨겁고 격정적으로 쓰다듬을 것이 분명했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라고 했지만 고맙게도, 혹은 정말이지 행복하게도 남자는 아직 저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저를 포기 하지 않아 주었다.
아, 이 가슴속에 사무치는 통증은 아마 복에 겨워서, 너무 행복해서, 너무 기뻐서 제 심장이 감당을 못할 만큼 뛰기 때문이리라.

잠시 여자가 망연해 보이는 건 제 착각이었을 것 이었다.
“돌아가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전혀 미동도 없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혹시나 하고 짧은 시간을 긴긴 영원처럼 기다린 그는 문득 허탈해졌다. 바보 같은 놈. 이건 뻔 한 이야기였다. 그 뒤로 그는 적나라하게 듣지 않았던가. 그녀의 그 불행한 결혼생활을……. 결혼이란 게 두 사람이 눈이 맞아 사랑하며 지지고 볶고 사는 건 그냥 철없는 20대 애들이나 가능한 거란 걸. 그리고 그것조차도 저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괜히 가질 수 없는 걸 달라고 누워서 떼를 쓰듯 그는 물었다.
“그냥, 그냥 나 하나만 있다면, 내가 의사 같은 것도 아니고 내 뒤에 이사장 이니 뭐니 하는 부모가 없다면 그랬다면 넌 날……. 선택해 줬을까?”

선택이라니……. 감히 선택이라니……. 연서는 거실이 싸늘해 제 얼굴빛이 변하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이건 뭘까. 이건 잠시간의 달콤한 행복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또 다시 제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더욱더 길어질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건 이 남자가 제 앞에서 사라진 뒤에 제가 지어야 할 대가에 대한 무게일 뿐 이었다. 지금 제 앞에 남자가 앉아 날아가 버린 남자의 싸한 체취가 미미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만큼은 제 얼굴에 뻣뻣한 경련이 일도록 기뻤다. 그럼 그게 다 이지 않은가. 이 추운 엄동설한에 바지런히 몸을 움직여 이 늦은 시간 남자의 앞에 찬을 차린 보람은 이토록 컸다. 그러나……. 여기서 끝내야 했다.
“저희 지방으로 이사 가요. 그러니까 다음에는 이 집에 오셔도 아무도 없을 거예요.”

작가소개
- 언재호야(焉哉乎也)

천자문의 마지막 네 자, 어조사 언재호야라는 필명으로
항상 독자님들의 상상과 반대인 글을 쓰려는 삐뚤어진 맘을 가진 철없는 아줌마.

람보르기니를 좋아하고,
락 음악을 사랑하며,
정신연령은 고2에서 멎어 버린
영원히 늙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 이상한 옆집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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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한 번도 정해진 선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남자, 인재호
연애도 철저하게 계산대로 했고,
그 계산의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떠났다.

다 너 때문이잖아.
다 나 때문이잖아…….
손을 옭아매는 한마디,
목소리를 도로 목구멍 안으로 구겨 넣는 저주 같은 주문.
제 인생이 엉뚱하게 잃어버린 막다른 복도 끝에 걸려버린 바보같은 여자, 채연서

29번째 겨울이 맹위를 떨치던 그 날.
낯선 사람이 제 걱정을 해 준다는 게
누군가가 자기를 위해 준다는 게
슬픈 일인지 처음 알았던 그 날, 두 남녀는 만났다.

언재호야(焉哉乎也)의 로맨스 장편 소설 『각인하다 (Imprinting)』 제 1권.



<본문중에서>

“보고 싶었다.”
제 속을 꽉 짓누르고 있던 환자의 죽음 같은 건 이미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대신 잊는 거쯤이야,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었던 여자가 제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제 혀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꼭꼭 눌러 놓았던 속을 꺼내 여자에게 내밀었다.
“그냥,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 다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여기 앞에 있더라. 네가 안 나왔더라면 그냥 갔을 거야. 그런데 눈앞에 있었어.”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말을 뱉은 연서가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요 당신 앞에 나타나서……. 아니 당신이 내 눈앞에 있는 게 이렇게 기쁜 게……. 너무 미안해요.
“나랑……살자.”
반지라도 하나 사서, 아니 장미라도 한 다발 들고 와서 무릎이라도 꿇고 이야기 했어야 했다. 여자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던데, 그렇게 저를 모질게 떨치고 간 여자한테 이게 무슨 헛소리 일까. 그러나 기적이라도 와서, 여자가 부산스럽게 제게 따뜻한 밥을 해 먹였으니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절대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는 제 어리석은 맘을 알기라도 하듯 고개라도 끄덕여 주길 바라는 제 맘이 참으로 불쌍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불쌍한 것 이든 비굴한 것이든 상관없었다. 여자가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기만 한다면 저는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으로 당장이라도 여자를 업고 언덕을 뛰어 내려 갈 수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야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수술실 앞에서 피냄새와 소독약 냄새를 동시에 풍기며 지친 얼굴로 나온 남자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는 어쩌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제가 열심히 차린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게 한 끼가 아니라 늘상 하는 자신의 생활이 된다면, 저 남자가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쉬는 게 제 품 안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반쯤 미쳐 쓰레기장 같은 집안을 치우다 지친 밤이면 혼자 상상에 젖곤 했었다. 그러나 그건 상상이니까 행복한 거였다. 며칠이면, 아니 한 달쯤이면 잊혀 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제 반평생을 키워준 엄마도 한 달도 못 되어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하물며 얼마 전에 만나 며칠 함께한 남자쯤이야……. 그런 남자쯤이야…….
가슴속이 싸하게 오그라드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식탁 저편의 남자가 아득하게 보였다. 제가 수 십 번이나 상상만 하고 기억만 다그치던 저를 쓰다듬던 하얀 손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미친 척 하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하고 체념해 버리면 저 손은 다시 저를 뜨겁고 격정적으로 쓰다듬을 것이 분명했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게……. 라고 했지만 고맙게도, 혹은 정말이지 행복하게도 남자는 아직 저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저를 포기 하지 않아 주었다.
아, 이 가슴속에 사무치는 통증은 아마 복에 겨워서, 너무 행복해서, 너무 기뻐서 제 심장이 감당을 못할 만큼 뛰기 때문이리라.

잠시 여자가 망연해 보이는 건 제 착각이었을 것 이었다.
“돌아가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전혀 미동도 없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혹시나 하고 짧은 시간을 긴긴 영원처럼 기다린 그는 문득 허탈해졌다. 바보 같은 놈. 이건 뻔 한 이야기였다. 그 뒤로 그는 적나라하게 듣지 않았던가. 그녀의 그 불행한 결혼생활을……. 결혼이란 게 두 사람이 눈이 맞아 사랑하며 지지고 볶고 사는 건 그냥 철없는 20대 애들이나 가능한 거란 걸. 그리고 그것조차도 저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괜히 가질 수 없는 걸 달라고 누워서 떼를 쓰듯 그는 물었다.
“그냥, 그냥 나 하나만 있다면, 내가 의사 같은 것도 아니고 내 뒤에 이사장 이니 뭐니 하는 부모가 없다면 그랬다면 넌 날……. 선택해 줬을까?”

선택이라니……. 감히 선택이라니……. 연서는 거실이 싸늘해 제 얼굴빛이 변하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이건 뭘까. 이건 잠시간의 달콤한 행복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또 다시 제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더욱더 길어질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건 이 남자가 제 앞에서 사라진 뒤에 제가 지어야 할 대가에 대한 무게일 뿐 이었다. 지금 제 앞에 남자가 앉아 날아가 버린 남자의 싸한 체취가 미미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만큼은 제 얼굴에 뻣뻣한 경련이 일도록 기뻤다. 그럼 그게 다 이지 않은가. 이 추운 엄동설한에 바지런히 몸을 움직여 이 늦은 시간 남자의 앞에 찬을 차린 보람은 이토록 컸다. 그러나……. 여기서 끝내야 했다.
“저희 지방으로 이사 가요. 그러니까 다음에는 이 집에 오셔도 아무도 없을 거예요.”

작가소개
- 언재호야(焉哉乎也)

천자문의 마지막 네 자, 어조사 언재호야라는 필명으로
항상 독자님들의 상상과 반대인 글을 쓰려는 삐뚤어진 맘을 가진 철없는 아줌마.

람보르기니를 좋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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