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너를 보고 마음속에 사나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명산 그룹의 후계자인 서원은 호텔 바에서 인기 절정의 여배우 유지안을 우연히 보게 된다. 5년 전, 자사 광고에 출연한 지안을 격려하기 위해 같이 식사를 했던 그때부터 그는 지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바를 나가자 자신도 모르게 따라나선 서원은 그녀와 함께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그리고 돌연 지안을 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하는데….

▶ 잠깐 맛보기

〔23층입니다〕

엘리베이터 안내 음성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지안이 몸을 옆으로 비켰다. 원이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때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원이 그녀의 팔목을 와락 잡아당겨 그대로 복도를 가로지르는 것이 아닌가!

“무, 무슨 짓이에요!”

그녀는 출렁거리는 심장의 알 수 없는 파동을 무시한 채, 감정을 누르고 얼음처럼 차디차게 쏘아붙였다. 그런데도 그는 고집스럽게 그녀의 팔목을 감아쥐고 놓아주질 않는다.

“내 방이야.”

건조하게 내려앉은 그의 음성에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낯선 객실에 새겨진 호수 각인이 빛을 뿜고 있었다. 지안이 뭐라 말할 새도 없이 그가 자기 할 말만 툭 내뱉고 방의 문을 열었다.

“가끔 들르는 곳이라, 방은 언제든 비워져 있지.”

“그쪽 방에 들어갈 이유 없어요. 놔주세요.”

“아니, 당신은 오늘 여기 있어야 해.”

“뭐라고요?”


* 이 전자책은 2009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열풍〉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