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는 경매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는 조건으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멜로디는 경매에서 주말을 함께 보내는 조건으로 아처라는 남자를 산다. 매력적이고 인기가 많아 여자들을 많이 경험해 본 아처는 멜로디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알 거라는 친구의 조언 때문이다.

▶ 책 속에서

「아처 씨?」
아처는 갈색머리 여자의 나직한 음성이 들리자 얼른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체이스 양」
여자는 생각보다 무척 체구가 작았다. 그는 금발머리 여자가 앉아 있던 테이블 쪽을 흘끗 돌아보았다. 금발머리 여자는 어림짐작으로도 170센티미터는 훌쩍 넘어 보였다.
「멜로디예요」
갈색머리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자 아처는 곧 시선을 돌렸다.
여자는 잠시 경매에 관련된 서류를 들춰보더니 그에겐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아주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당신은 언제쯤 떠나고 싶나요?」
그 사실을 눈치챈 아처 역시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했다. 「다음 주말쯤…」
여자는 호주머니에서 조그만 전자 수첩을 꺼내 희미한 불빛에 비춰보았다. 「좋아요. 나도 괜찮을 것 같군요. 그럼 거기서 만나기로 해요」
아처는 한동안 멍하니 그녀의 부드러운 회색 눈동자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는 게 아니었소?」
「그래요. 하지만 난 그 전날 세미나 때문에 펜실베니아로 가야 하거든요. 그러니 아예 그곳에서 만나는 편이 더 좋겠어요」
그는 잠자코 어깨를 으쓱했다. 「알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