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

김은희
출판사 신영미디어
출간일 2013년 06월 25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8.8점 (40건)
작품설명

이리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마음을 주지 말걸 그랬습니다….

어릴 적, 혼인을 약조했던 효건과의 혼례를 손꼽아 기다려 온 혜현. 어느덧 16년의 세월이 흘러 혜현은 마침내 효건과의 혼례를 앞두게 되지만 그의 마음속에 다른 여인이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효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쓴 그녀. 하지만 그럴수록 효건의 태도는 더욱 냉담해져만 가고, 껍데기 부부 행세만은 할 수 없었던 혜현은 결국 그에 대한 마음을 접은 채 그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잠깐 맛보기

“기어이 꼭 가셔야겠소?”

“네.”

역시나 단호하고 짧은 대답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문 혜현을 노려보듯 본 효건이 거의 입술을 움직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럼 내가 함께 가는 것으로 합시다. 세자저하께서도 하루빨리 혼례를 올리라 성화시니 혼례 올리기 전에 빙부, 빙모께 인사를 가야 한다 여쭈면 며칠 말미를 주실 게요.”

“싫습니다!”

혜현이 단칼에 그의 제안을 잘라 내 버리자 효건이 ‘훅!’ 하고 격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왜?”

화가 난 효건의 물음이 방 안에 음산하게 퍼졌다. 그러나 혜현은 그의 감정엔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무심하면서도 단호하게 내뱉었다.

“제가 왜 도련님과 함께 그 먼 길을 가야 한단 말입니까? 혼례를 올리기 전에 온전한 여씨 가문의 딸로 부모님을 뵙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혜현이 말을 흐리자 효건이 냉랭하게 재촉했다. 잠시 더 시간을 끌던 혜현이 원망이 가득 찬 눈동자로 효건의 눈을 똑바로 맞추며 천천히 한 음절 한 음절 음미하듯, 각인시키듯 말했다.

“도련님께서 설혹 저의 부모님을 찾아뵌다 한들 그분들이 기뻐하시겠습니까? 여섯 살 어린 것을 홀로 두고 떠나셨으니 그간 저의 모든 것을 굽어 살펴보고 계셨을 것을요. 어느 부모가 자신의 무남독녀 외딸의 팔자를 까막과부의 신세조차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사위를 보고 싶어 한답니까? 전 그리는 못합니다. 아니,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가슴에 대못 치는 일 같은 것은 말입니다.”

효건은 뭐 뀐 놈이 성낸다더니 오히려 단 한 마디 변명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혜현의 말에 화기가 불쑥 치밀어 올랐다.

“밤낮으로 사서삼경이니 하다못해 병서며 의서며 서책이란 서책은 모두 탐독하더니 정작 아녀자가 꼭 읽어야 할 예기(禮記)는 아직 읽지 못한 모양이오. 읽었다면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음을 모르진 않을 터!”

효건이 차가운 기운을 내쏘며 말했다. 그러나 혜현은 입가에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가 더욱 방 안 공기를 얼리는 것 같았다.

“칠거지악이라 하셨습니까? 그럼 삼불거(三不去)도 아시겠지요. 돌아갈 친정이 없거나 함께 부모의 상(喪)을 지냈거나 시집왔을 무렵에는 가난했다가 현재는 부귀하게 되었을 때는, 지어미를 내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혜현의 또박또박한 대꾸에 할 말을 잃은 효건은 더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얼얼했다.

“당신 참!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미처 몰랐군.”

효건의 허탈한 말투에 혜현이 쐐기를 박았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도련님께서 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더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지요.”


* 이 전자책은 2008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해밀〉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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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이리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마음을 주지 말걸 그랬습니다….

어릴 적, 혼인을 약조했던 효건과의 혼례를 손꼽아 기다려 온 혜현. 어느덧 16년의 세월이 흘러 혜현은 마침내 효건과의 혼례를 앞두게 되지만 그의 마음속에 다른 여인이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효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쓴 그녀. 하지만 그럴수록 효건의 태도는 더욱 냉담해져만 가고, 껍데기 부부 행세만은 할 수 없었던 혜현은 결국 그에 대한 마음을 접은 채 그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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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꼭 가셔야겠소?”

“네.”

역시나 단호하고 짧은 대답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문 혜현을 노려보듯 본 효건이 거의 입술을 움직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럼 내가 함께 가는 것으로 합시다. 세자저하께서도 하루빨리 혼례를 올리라 성화시니 혼례 올리기 전에 빙부, 빙모께 인사를 가야 한다 여쭈면 며칠 말미를 주실 게요.”

“싫습니다!”

혜현이 단칼에 그의 제안을 잘라 내 버리자 효건이 ‘훅!’ 하고 격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왜?”

화가 난 효건의 물음이 방 안에 음산하게 퍼졌다. 그러나 혜현은 그의 감정엔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무심하면서도 단호하게 내뱉었다.

“제가 왜 도련님과 함께 그 먼 길을 가야 한단 말입니까? 혼례를 올리기 전에 온전한 여씨 가문의 딸로 부모님을 뵙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혜현이 말을 흐리자 효건이 냉랭하게 재촉했다. 잠시 더 시간을 끌던 혜현이 원망이 가득 찬 눈동자로 효건의 눈을 똑바로 맞추며 천천히 한 음절 한 음절 음미하듯, 각인시키듯 말했다.

“도련님께서 설혹 저의 부모님을 찾아뵌다 한들 그분들이 기뻐하시겠습니까? 여섯 살 어린 것을 홀로 두고 떠나셨으니 그간 저의 모든 것을 굽어 살펴보고 계셨을 것을요. 어느 부모가 자신의 무남독녀 외딸의 팔자를 까막과부의 신세조차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사위를 보고 싶어 한답니까? 전 그리는 못합니다. 아니,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가슴에 대못 치는 일 같은 것은 말입니다.”

효건은 뭐 뀐 놈이 성낸다더니 오히려 단 한 마디 변명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혜현의 말에 화기가 불쑥 치밀어 올랐다.

“밤낮으로 사서삼경이니 하다못해 병서며 의서며 서책이란 서책은 모두 탐독하더니 정작 아녀자가 꼭 읽어야 할 예기(禮記)는 아직 읽지 못한 모양이오. 읽었다면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음을 모르진 않을 터!”

효건이 차가운 기운을 내쏘며 말했다. 그러나 혜현은 입가에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가 더욱 방 안 공기를 얼리는 것 같았다.

“칠거지악이라 하셨습니까? 그럼 삼불거(三不去)도 아시겠지요. 돌아갈 친정이 없거나 함께 부모의 상(喪)을 지냈거나 시집왔을 무렵에는 가난했다가 현재는 부귀하게 되었을 때는, 지어미를 내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혜현의 또박또박한 대꾸에 할 말을 잃은 효건은 더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얼얼했다.

“당신 참!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미처 몰랐군.”

효건의 허탈한 말투에 혜현이 쐐기를 박았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도련님께서 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더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지요.”


* 이 전자책은 2008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해밀〉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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