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는 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첫눈에 그런 결론을 내린 그는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도시 여자들이란 항상 골칫거리였고, 그는 그런 타입들과 어울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조심해 왔던 것이다. 도시 여자들은 시골에 사는 남자들에겐 독약과도 같은 존재였다. 린이 스탠의 이혼한 부인인 델핀의 친구라는 사실이 그의 의견을 더욱 든든히 받쳐 주었다. 그리고 린은 다른 남자들의 비난 따위는 언제나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편이었지만 블레어의 경우에는 달랐다. 설마 면전에서 자신을 모욕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아닐 텐데….

▶ 책 속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통 모르겠군」

「우리가 만날 때마다 당신은 나한테 화를 낼 구실을 찾아내잖아요. 그 패턴을 깨는 게 안타까워서요」

블레어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글쎄, 어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순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린의 뺨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그건 당신의 과장된 이기심의 발로였죠, 마셜 씨. 어느 남자들이나 마찬가지로 당신도 자기가 원할 때는 언제나 여자에게 키스를 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사람일 테니까요. 아마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겠죠」

「그럼 또 한 번 날 시험해 보고 싶다는 뜻이오?」그가 부드럽게 물었다.「어제 일을 반복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린은 기겁을 했다.「천만에요. 절대 아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