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쳐 버린 결혼식. 그 다음날, 운명이 찾아오다!

결혼식 당일, 남편이 될 남자에게 버림받은 질 바톤은 지인들과 연락을 두절한 채 혼자만의 여행길에 오른다. 우울함을 삭이며 떠나온 그녀는 이내 밀 밸리에 당도하고,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돼 그곳에 머물고자 하지만, 예술촌인 밀 밸리에 숙박할 수 있는 사람은 작가나 화가와 같은 예술인들뿐이었다. 결국 자신의 직업을 작가라 속이고 머물게 된 질은 그곳의 주인이자 매력적인 천재 화가 로건 매튜와 마주한 뒤 결혼 상대에게서조차 느끼지 못했던 낯선 감정을 그에게서 느끼게 되는데….

▶ 책 속에서

바다의 향이 스며 든 공기를 마시며 나무 아래를 산책하는 이 평화로움이란……. 질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자신은 이곳에 계속 머물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리고 머물게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밀 밸리에 온 것은 운명 같았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로건 매튜에게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상처에 대해, 그리고 지금의 그에 대해.

“무슨 문제라도 있소?”

“네? 아, 이곳이 참 평화롭다고 생각했어요.”

로건도 동의한다는 듯 끄덕였다.

“이곳의 아름다운 면이지. 치유해 주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깊었다. 그의 말 속에서 슬픔과 상처를 감지한 질은 그가 깨져 버린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거라고 짐작했다.

“난 여기서 그만 가겠소.”

질은 그의 말에서 알 수 없는 여운을 느꼈다.

“잘 자요, 로건.”

질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의 눈에 고통이 서려 있다고 느꼈던 그 순간, 그는 말 한 마디 없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