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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담을 만나다 독자추천
  • 문경서 지음 | 피우리 펴냄 | 로맨스(현대물)
  • 15세 이상 관람가 | 용량 : 198 KB | 2006년 10월 16일 출간
  • 8.5점 / 9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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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대학생활을 접고 다시 시작한 수험생활.
점수는 쑥쑥 오르고 이번에는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차던 어느 날,
절대 알고 싶지도, 바라지도 않았던 한 녀석의 집요한 시선!

핵아, 이 누나의 꿈은 네가 아니란 말이닷!

누나에게 찍히고 싶은 귀여운 아담의 고군분투를 즐겨보세요. ^^



<작품 속에서>

아, 고민된다. 벌써 몇 시간이나 미적분을 보고 있지만 한 문제도 풀지 못했다. 차라리 이혁의 마음을 몰랐으면 좋았으련만. 희민의 말을 들어보면 이혁이 내게 뜨거운 눈길을 보낸 것은 3월부터다.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간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녀석의 눈빛을 한번도 인식하지 못했다. 대학 1학년 때, 사귀자고 줄기차게 쫓아다니기에 은혜를 베푸는 마음으로 한동안 교제했던 남자친구는 두어 달 후 날 차버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벽에 머리 박는 거 이제 그만 할란다. 니는 왜 이리 둔하노.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우리 끝내자. 니 진짜로 좋아하는데, 두 달 동안 벽에 머리 박았더니 골이 다 지끈거린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 너무 지친다. 당분간은 길에서 만나도 아는 체하지 말아도, 니 땜에 아팠던 가슴 다 아물라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잘 살아라.”
당시 난 웃으면서 ‘그래 잘 가라’라고 손 흔들었다. 친구들은 그런 날 보며 독한 년이라고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 힘든 내색하나 안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난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다. 녀석은 내가 쳐놓은 보이지 않는 울타리 근처에도 오지 않았었는데, 뭐가 힘들겠는가. 그러나 녀석의 말을 빌자면 난 확실히 둔했다. 특히 감정적으로……. 그랬기에 이혁의 감정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아냐고?
바로 일주일 전이다. 토요일은 자율 학습이 없다. 항상 늦게까지 남아서 공부하던 아이들도 이날만은 대부분 일찍 집에 간다. 여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목욕탕에 가기 위해, 남자들은 간만에 모여 놀기 위해. 보통 난 토요일도 남아서 공부했다. 성적은 그냥 오르는 게 아니다. 피땀 흘린 노력의 대가다. 이혁과 희만도 나와 함께 자주 남았다. 그러나 지난주는 삼촌 내외와의 점심 약속 때문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잠시 학원을 나왔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다시 학원으로 돌아갔을 때 널찍한 교실에는 이혁과 희만 뿐이었다. 녀석들은 서로의 책상을 붙이고 머리를 한곳에 모은 채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뭐지? 난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녀석들 뒤로 접근했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우와! 완전 핸드볼 공만 하네.”
진짜 거짓말 안하고 사진 속 여자의 가슴은 핸드볼 공만 했다.
“가슴이 이렇게 클 수도 있나. 뭘 묵으면 이리 커지꼬.”
난 잡지책을 낚아채 위로 들어올렸다. 감탄이 연방 입술을 뚫었다.
“우와! 죽이네.”
내 반응에 두 녀석은 벙한 표정이다. 하지만 한 약삭빠름 하는 희만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 장단을 맞췄다.
“누나도 그렇게 생각하죠? 이 여자 가슴 진짜 죽이잖아요.”
희만은 내 손에서 잡지책을 뺏더니 연거푸 몇 장을 넘겼다.
“누나, 봐요. 이 여자는 축구공 만해요.”
“진짜? 와, 진짜네. 이 여자 몸무게 1/3이 가슴 무게겠다. 등때기 손가락으로 꾹 찌르면 앞으로 폭 넘어질 것 같지 않나? 함 찔러보고 잡네. 봐라봐라 핵아.”
난 이혁의 눈앞에 잡지책을 디밀었다.
“니는 어떻게 생각하노?”
이혁은 고개를 숙인 채 오른손 검지로 책상을 밀고 쓸었다. 옆얼굴이 검붉은 것으로 보아 뻔뻔한 희만과 달리 꽤 무안한 모양이다.
그런 친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희만은 내 손에서 잡지책을 가로채 자신이 찜해두었던 여자들을 연이어 펼쳐 보이며 침을 튀겼다.
“누나, 이 여자 가슴도 예쁘지요? 역시 여자는 가슴이 커야 해요. 그래야 만지는 맛이 있죠. 포근하고 물컹하고 으흐흐…….”
희만은 입을 헤 벌리고 여자의 가슴을 만지듯 두 손을 허공으로 뻗어 쪼물거렸다. 난 녀석의 턱을 쳐올렸다.
“흉하다. 다물어라. 음, 그런데 내가 남자라도 작은 여자보다는 큰 여자가 좋을 것 같다. 핵아 그제?”
가볍게 동의를 구했다. 이혁은 내 가슴을 힐끗 보더니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전 작아도 좋아요.”
“그래? 난 좀 컸으면 좋겠는데…….”
난 미간을 접고 두 손을 희만의 가슴 앞으로 가져가 장난스레 대강의 크기를 가늠했다.
“희만아, 이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은데, 나중에 확대 수술할까?”
“누구? 누나요?”
“그럼 내가 하지 니가 하나?”
희만은 잠시 궁리하더니 내 손목을 잡아 자신의 가슴 쪽으로 조금 당기면서 말했다.
“이 정도는 누나한테 너무 크구요. 이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음, 그러고 보니 글네. 말랐는데 가슴만 너무 크면 남 보기에 쫌 부담스럽지. 내년에 대학가고 나면 함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아이가.”
“그럼요.”
희만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앉아있던 이혁이 벌떡 일어섰다. 그 바람에 의자 끄는 소리가 텅 빈 교실을 요란하게 울린다.
끼익-
“뭐꼬 시끄럽구로. 좀 살살 일어나라. 살살.”
녀석은 내 타박을 씹고 더욱 시뻘게진 얼굴로 주장했다.
“전 작은 가슴이 좋다니까요.”
“누가 뭐라 카드나?”
“아니, 그게 아니고…… 전 그냥 누나 가슴이 좋다는 헉…….”
이혁은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고 내 눈치를 살폈다. 의자 위로 성큼 올라가 녀석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아이구 우리 핵이 이쁘기도 하지. 니 땜시 수술 무한정 보류다. 나중에 우리 남편이 하라 그러면 그때 하지 뭐.”
“전 나중에도 작은 가슴이 좋아요.”
이혁은 기분 좋은 듯 실실 웃었다. 어딘지 말이 좀 이상한 듯하지만 재미있으니 넘어가자. 녀석이 귀여워 더 열심히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누나 그거 제 의자예요.”
뒤에 있던 희만이 불만을 토했다.
“쏘리.”
바닥으로 팔딱 뛰어내려 허리춤의 티셔츠 자락으로 의자에 묻은 먼지를 닦았다. 이혁이 얼른 내 손을 밀고 의자를 탁탁 털더니 허리를 펴면서 물었다.
“누나 우리 영화 보러가요?”
미처 내 입이 벌어지기도 전에 희만이 끼어들었다.
“영화? 지금? 뭐 볼 건데? 누가 내? 저녁밥은?”
이혁은 귀찮은 듯 희만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쭉 밀었다.
“넌 빠져, 누나랑 둘이서 갈 거야.”
“우리 둘이? 니랑 내랑 뭔 재미로 영화를 보노? 그리고 난 안 된다. 오후 내내 땡땡이 쳐서 놀 시간 없다. 가고 싶음 니네 둘이 갔다온나.”
“누나.”
이혁은 내 팔을 잡고 애원조로 불렀다. 난 녀석의 손을 떼어냈다.
“저리 가라. 닭살 돋는다.”
“누나.”
“안 간다는데 와 이라노. 고만 불러라 귀찮다.”
“제가 귀찮아요?
이혁은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난 손부채질을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럼 안 귀찮은데 귀찮타 하까봐. 저리 떨어져라 덥다. 애들 없다고 에어컨 껐나보네.”
이혁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더니 책상 위에 놓인 가방을 잡아채 휙 밖으로 달려 나갔다. 입만 막았으면 눈물을 떨구며 뛰어나가는 70년대 비련의 여주인공에 딱이었을 포즈다.
난 미심쩍은 얼굴로 희만을 응시했다.
“제 와 저라노?”
“누나 진짜 몰라요?”
“뭘?”
“이혁이가 누나 좋아하는 거요.”
“뭐?”
눈, 코, 입이 동시에 동그래진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설마?”
의심을 드러내자 희만이 지 가슴을 친다.
“답답하다. 이혁이 누나 3월부터 좋아했어요. 반 애들 다 아는데, 어째 당사자인 누나만 몰라요. 그렇게 쳐다보는데 그 뜨거운 시선이 안 느껴졌어요?”
“글쎄.”
어리둥절한 얼굴로 머리만 긁적였다. 희만은 다시 한 번 지 가슴을 두드리더니 가방을 들어 어깨에 맺다.
“먼저 갑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작가 소개

- 문경서

출간작으로는 [절름발이 사랑] [그 놈들 그리고 내 놈] [아담을 만나다] [영어는 사랑의 메신저] [영원한 것은 없다] [혼돈] 등이 있고
현재는 역사물 [적고적] [수지니] [산지니] 등을 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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