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쩌자는 거예요? 연애라도 하자는 건가요? 설마 정말 결혼 하자는 건 아니겠죠?”
그저 연애를 하자는 것이라면 한미주의 계약을 생각해서라도 딱히 손해 볼 건 없었다.
그러나 만약 결혼을 요구한다면 문제는 달랐다. 호적을 더럽히면서 까지 이런 사기행각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아무런 대답을 없이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징그럽게 잘생긴 그의 눈길에 얼굴에 불이 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확실히 말하겠는데 난 결혼은 못 해요.”
혜원이 그의 시선을 피하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나도 안 해.”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뭐라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혜원이 자신의 요구에 응해주는 듯하자 그의 한쪽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리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계약을 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