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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은영 지음 | 피우리 펴냄 | 로맨스(현대물)
  • 용량 : 378 KB | 2006년 05월 01일 출간
  • 9.2점 / 8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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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평가
책 소개
최은영 님의 장편 로맨스.
2002년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수수께끼 풀기, 그 3년 후
영원한 행복을 위해 고통의 길로 들어선 이준과 지연.
그리고 그 길에 휘말려버린 찬혁과 서영.
네 사람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작가 소개

최은영
종이책 출간작 -수수께기풀기, 플러스, 오래된 거짓말, 늑대날다


<작품소개>
2002년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수수께끼 풀기' - '플러스 1,2' - '플러스 그 후' 로 이어지는 시리즈 물 입니다.

수수께끼 풀기, 그 3년 후

그들은 가족이었다.
누가 뭐라해도, 정말 행복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평생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게 되더라도 영원한 행복을 위해
고통의 길로 들어선 이준과 지연.
그리고 그 길에 휘말려버린 찬혁과 서영.

네 사람의 상처투성이인 길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본문 중에서

“이건 뭐야?”
생수를 들이켜던 이준이 무시하는 듯한 거만한 시선으로 그네들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그리고 서민철과 서영을 한눈으로 쓱 훑어보더니 곧장 찬혁을 쏘아보았다. 알고 있었냐? 크리스마스이브에 갑자기 서민철과 가버린 이유가 저것이었냐? 하는 눈빛으로 찬혁을 쏘아보고 있었다.
이곳으로 안내받을 때만 해도 서영은 기분이 좋았다. 아마 서민철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민 스포츠 센터의 회원권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서영은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는 황당한 현실이 악몽보다도 더 끔찍스러웠다.
눈앞에 있는 남자. 이준이라는 이름 하나 겨우 얻어들은, 자신의 남편이 될 수도 있는 남자였다. 서영의 눈앞에 앉아 거만을 떨고 있는 이 남자보다는 차라리 어쭙잖은 재벌 2, 3세들이 훨씬 더 나았다. 자신에게 건방지게 한 마디를 내던지는 이준은 한마디로 양아치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 그리고 이 장소에 오는 사람이라면 결코 입지 않을 것 같은 화려한 무늬의 셔츠, 그리고 목에 걸린 굵은 목걸이와 왼쪽 귀에 걸려 있는 한 쌍의 귀걸이.
서영은 너무나 끔찍했다. 저 사람이 자신의 남편감이라고?
고작 저런 양아치를 위해 23년간 지독하게 세뇌를 당하고 준비를 해왔단 말인가? 너무나 모욕감을 느낀 서영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저어, 사장님. 그분이십니다.”
서민철은 어떻게 해서든 상황 정리를 하려 재빨리 서영을 소개하였다. 그러나 이준은 여전히 불쾌한 듯이 서영의 몸을 쓱 훑어보더니 서민철을 향해 짜증이 섞인 시선으로 말했다.
“그분? 그분이라니? 씨받이란 말인가?”
들으라는 듯 적나라하게 서영을 모욕하는 말이었다.
당장이라도 발끈하는 마음으로 돌아서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화산처럼 치솟았다.
“그쪽은 종마인가 보지?”
야무지게 대꾸한 서영을 남자가 빤히 쳐다보았다. 속 깊은 곳까지 단번에 뚫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예기가 서린 눈빛이었다.
서영은 그 남자의 시선이 노인의 눈빛과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저 거만한 권력과 독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남편으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아찔했다.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서서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겨났다.
“나도 원해서 된 건 아니야!”
서영이 변명이라도 하듯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자리를 권하지도 못하고 있는 남자들을 무시하고 의자에 우아하게 앉으며 이준을 자극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거부한 사람은 이제껏 없었다. 이제껏 모든 사람들이 서영의 미모를 찬양해주고 지극한 관심을 가져주었다.
서영이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어린 시절부터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왔다.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사람들은 화려한 미모가 있을 뿐 머리는 없을 것이란 편리한 관념에 빠져 무시하다가 나중에 후회를 하곤 했다. 서영은 결코 예쁘기만 한 인형이 아니었다.
“꺼져!”
이준은 서영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나른한 몸짓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뿜어냈다. 의자 등받이에 한 팔을 걸친 그 자세는 게으르면서도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의 발아래 있다는 듯 거칠 것이 없는 태도였다.
“사장님.”
서민철이 안간힘을 다해 끼어들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는 명확한 선을 긋는 그런 태도였다. 거절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었다. 자신이 거절당한 것에 대해 서영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서영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이준이란 남자가 너무나 불쾌했다. 누구도 서영을 이렇게 대하지 못했다.
서영은 지금껏 자신을 거절하는 남자가 있다면 단 두 가지 이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호모 아니면 고자.’
그리고 결심을 했다. 저 오만불손한 얼굴을 확 뭉개버리고 말리라고. 오늘의 이 치욕을 반드시 갚고 말 것이라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서영은 신경질적으로 테이블보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이준 뒤에 서 있는 찬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또다시 사막처럼 건조한 눈과 마주쳤다. 찬혁이란 남자의 저 가면을 벗겨 뭉개지는 순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두 남자. 하나는 감정이라곤 조금도 없는 얼굴로 서 있었고 다른 하나는 온몸으로 감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만함과 차가움과 타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철저한 무시…….
“사람을 잘못 찾은 게 아닌가요?”
서영은 이준을 힐긋 쳐다보던 시선을 서 실장에게로 돌려 도전하듯 물었다. 그리고 눈을 똑바로 들고 자신의 남편이 되어야 한다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서영에게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고 완벽한 외모를 가진 서영마저도 하찮다는 듯한 저 태도 때문에 서영은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려보았다.
결국 이준은 피우던 담배가 다 타버리기도 전에 도무지 역겨워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짜증스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위압감을 풍기는 긴 몸이 천천히 드러났다. 서민철과 눈높이를 맞춘 이준은 담배 연기를 길게 귀 쪽으로 토해냈다.
“서 실장이 애쓰는군. 그렇지만 쓸데없는 일이야.”
그러곤 어떤 미련도 없다는 듯이 휙 나가버린다. 서영에겐 아무런 인사도 없이. 마치 다 피우고 난 담배꽁초처럼 서영은 팽개쳐졌다.
이준을 따라 찬혁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이준과는 다르게 찬혁은 서영에게 짧은 목례를 했다. 서민철에게도. 끔찍스러울 만큼 몸에 밴 예의였다.
“죄송합니다.”
서영은 그 뒷모습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노려보았다. 긴 머리를 날리며 훌쩍 나가버린 사람을 뒤따라가는 그 사막 같은 남자도.
“이름이 뭐라 했죠?”
서영은 자신의 눈 안에 들어온 모습을 놓치기라도 할까 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옆에 있는 서민철에게 물었다.
“이자, 준자 되십니다.”
풋! 서영의 입이 어색하게 틀어지며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겨우 양아치 하나에 극존칭이라니?
“지금 몇 살이죠?”
“곧 스물아홉입니다.”
“그 뒤에는요?”
또박또박 흐트러지지 않는 서영의 질문에 서민철이 의아한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찬혁이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서영의 목소리는 당돌하리만큼 당당하다. 그래서 서민철은 당황했다. 갑자기 찬혁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느끼다니……. 이제껏 그림자의 나이 따위를 궁금해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장님과 동갑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아요. 난 저 사람을 갖겠어요. 이제 내가 뭘 해야 하죠?”
서영은 도도한 몸짓으로 작은 가방을 챙겨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날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 서영은 다시 아랫입술을 지그시 꽉 깨물었다.
서민철은 우아하게 걸어가는 서영의 뒷모습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방금 서영의 목소리엔 지독한 욕심이 서려 있었다. 이준과 그 뒤를 따라가는 찬혁의 모습이 시야에 한 번에 잡혔다. 서민철은 꺼림칙한 기분으로 생각을 지우듯 머리를 잠깐 흔들고는 서영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스포츠 센터를 나오는 이준의 발걸음은 단호하면서도 화가 잔뜩 묻어 있었다.
젠장! 그 빌어먹을 영감이 삼 년 동안 방치해두기에 더 이상 이준에게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아니, 그 삼 년의 시간이 너무나 달콤하여 잠시 영감의 비열한 계획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 정답일지도 몰랐다.
이준에게 여자를 붙일 거창한 계획을, 그리고 가업을 이어갈 후계자를 만들어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또 다른 조련을 할 계획을.
“지연이한테 사람 더 붙여. 최대한 지연이가 눈치 못 채도록 하고.”
“준비해두었습니다.”
이준은 거센 걸음을 갑자기 멈추고 등 뒤에서 따라오는 찬혁에게 몸을 돌렸다. 무언가 물을 기색인 눈빛이 찬혁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일까?
찬혁은 정자세로 이준의 거친 시선을 받아냈다.
“저 여자에 대해서 아무거나 다 알아와! 티끌 하나까지 다 끌어 모으라고. 특히 남자관계가 있는지. 약점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뭐라도 좋아!”
이준은 굳은 표정으로 격정적인 말을 쏟아내고는 다시 등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영의 등장에 당황한 것은 찬혁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이준에게 서영에 대한 말을 꺼낼 기회조차 잡지 못했는데……. 적어도 올해가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렇듯 황 회장이 휘몰아치듯 공격할지는 찬혁도 예상 못 했던 일이었다.
찬혁도 이준처럼 온몸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굳어졌다.
“빌라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전부 조사해 와!”
이준이 자동차 문을 열면서 또다시 말하자 찬혁은 잠시 멈칫했다. 자신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찬혁 자신이 이준처럼 생각하려고 애쓰는 동안 이준은 그 잠깐 동안에 황 회장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찬혁은 빠르게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이제 물밑 전쟁이 조만간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묵은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그날 이준과 황 회장은 얼굴을 맞대야 하니까.
“형철이 연결해.”
이준이 급하게 명령했다.
찬혁은 시동을 걸기 전에 형철과 전화를 연결한 후 핸드폰을 이준에게 건네주었다.
“안기부 서류 지금 당장 책상 위에 갖다놔.”
잔인한 음성이었다.
“영감이 오래 심심했었나 보군. 그렇다면 놀아줘야지.”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은 이준은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선전 포고가 왔고 이제 전쟁이 시작되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연희동 황 회장 집은 인사를 하러 오는 각계 인사들로 복작거렸다. 뉴스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정치인에서부터 수많은 샐러리맨의 밥줄을 쥐고 있는 막강한 경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하루 종일 그 집을 들락거리며 서로 눈인사를 나누고 황 회장과의 안면을 과시하고 있었다.
문 밖에서는 연방 음식을 차려 내어가는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문 안 황 회장의 방에서는 이준과 황 회장이 서로를 노려보며 바깥의 소란스런 모습과는 달리 적막한 공기에 휩싸여 있었다.
“마음에 들더냐? 5월 중으로 날을 잡을 거다.”
탁한 목소리로 황 회장이 말을 꺼내자 이준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정액을 드리죠!”
오래 전 정관 수술을 하기 전에 냉동시켜놓은 정액.
이준은 거래를 제안했다. 서 푼어치의 값어치만 존재하는 정액 따위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어차피 씨받이인데 정액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서민철은 차를 따르다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너무나 신랄한 이준의 말에 재빨리 황 회장의 얼굴을 살핀다. 그러나 이준과 마찬가지로 황 회장의 살짝 찌푸려졌던 미간은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마치 맹수 두 마리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견제하듯이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랫동안 운동으로 다져지고 무신경으로 훈련을 받은 서민철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 긴장감에 튕겨 나올지도 모를 그런 분위기였다.
“안 된다. 민 사장은 가볍게 무시해도 될 사람이 아니야.”
“그럼 영감이 다시 힘을 쓰든가?”
비아냥대는 이준의 무례한 말에 호흡을 놓친 서민철이 그만 손끝에 긴장감을 잃었다. 다관과 찻잔이 부딪치며 팽팽한 긴장감을 더해준다. 늘 부자끼리의 대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거친 말들이 오고가지만 지금 이준의 말은 모욕에 가까웠다.
“그러기엔 너무 늙었구나. 힘이야 젊은 네가 쓰는 게 더 좋지! 그래야 제대로 된 후계자를 만들 것이 아니냐?”
이준이 날린 화살을 황 회장은 근사하게 막아냈다. 오랜 세월 닳고 닳은 정치인을 상대하며 다져온 경륜이 황 회장의 이성을 다잡고 있었다.
“그럼 강요가 아니라 부탁을 하셔야지?”
이준은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황 회장을 은근히 비아냥거렸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오만과 배짱으로 뭉친 젊은 시절 황 회장의 미소가 황 회장에게 되돌려지고 있었다.
“이름이 뭐라더라? 지연이라고 했던가? 그만큼 데리고 놀았으면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더냐?”
순간 이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놓칠 뻔한 자제심을 애써 끌어 모은다. 무관심한 체하면서 이준의 하나하나까지 전부 들여다보고 감시하고 있던 황 회장은 아주 찰나이긴 하지만 그런 이준의 반응을 눈치 채고는 자신이 잡은 패가 성공하였음을 감지했다.
이 게임에서 승자는 황 회장이 될 터였다. 이 패를 성공으로 몰아가기 위해 일부러 삼 년이란 시간 동안 이준을 방치해둔 황 회장이었다.
이제 곧 황 회장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바로 앞에서 자신과 똑같은 오만한 눈빛과 자신감으로 대적하고 있는 하나뿐인 아들 이준을 통해서.
“절 건드리지 마십시오! 이건 경고입니다.”
히죽거리던 미소마저 사라져버린 채 이준은 날카로운 눈동자로 황 회장의 늙은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도 그럴 생각은 없다. 너만 빨리 결정을 내린다면…….”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린다.
일부러 상상력을 자극하여 온갖 경우의 나쁜 수를 펼칠 수 있도록. 교활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예상하던 반격이었지만 막상 영감의 입에서 지연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이준은 화부터 치밀어 올랐다.
“절대 결혼 같은 건 안 합니다. 물론 후계자 따위도 만들지 않을 거구요. 영감 맘대로 절 움직이려고 하기엔 제가 너무 크지 않았습니까?”
부자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부딪친다. 어떻게든 후계자를 만들어야 하는 아버지와 어떻게든 자신과 닮은 2세를 세상에 내놓고 싶어 하지 않는 아들의 대결이었다. 협박과 조롱이 난무하는 대화였다.
속을 감추고 칼날을 들이미는 노련한 전문가들의 대화. 일 년에 세 번 만나는 부자간의 대화치고는 상당히 살벌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면이었다.
“곧 재미난 일이 생길 겁니다, 후후.”
이준은 비릿하게 웃었다. 무언가 꿍꿍이속을 감춘 채 황 회장에게 자신의 패를 슬쩍 뒤집어 보였다. 결코 만만치 않으리란 것을 암시하듯이. 아무것도 통과할 수 없는 긴장감 속을 침묵만이 떠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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