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바람을 펴봐!

로맨스 현대물
강윤경(봄바람)
출판사 피우리
출간일 2005년 07월 23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8.2점 (56건)
작품설명

봄바람님의 장편 현대로맨스.

작년 9월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전자책 독자님들을 위한 특별외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바람둥이 남자친구를 가진 수정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 그녀는 남자친구의 말대로 바람을 피울수 있을까?

작가소개
- 봄바람
- 피우리넷와 글동무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사는 소리가 즐겁고, 글 읽는 소리가 즐겁고, 먹는 소리가 즐겁다.
소리가 듣고 싶어서 글을 치기 시작한 초보 글쟁이다.


<작품소개>

봄바람님의 장편 현대로맨스.
작년 9월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전자책 독자님들을 위한 특별외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바람둥이 남자친구를 가진 수정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 그녀는 남자친구의 말대로 바람을 피울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3월의 칼바람이 가죽점퍼 사이사이로 살을 베이듯 파고 들어왔다.
옷깃을 여미며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했지만 뻥 뚫린 둔치에선 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한강 둔치의 으슥한 곳에는 많은 차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주차되어 있어 자동차 전시장에 온 것 같았다. 차량이 긴 외제차서부터 경차에 이르기까지, 온갖 옵션과 서너 개씩 삐죽거리는 안테나로 한껏 멋을 낸 자동차들.
짙은 선팅으로 속이 하나도 비치지 않는 자동차도 있었고 특이하게 뿌옇게 유리가 불투명해진 차들도 종종 보였다.
서리가 잔뜩 낀 차들의 소유주들은 매우 지능이 뛰어나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뿌옇게 서리가 끼도록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방법. 사발면의 뜨거운 김이 차안에 가득히 차도록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냄새란……. 매우 참기 힘든 냄새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래도 뿌연 김이 올라야 가장 확실하다 할 수 있겠다. 그래야 밖에서 아무리 용을 써도 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와서 트렁크에 있던 신문지나 옷으로 유리창을 가린 자동차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 초짜 이거나 원 나잇 스탠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자동차들은 밤이 되면 한강으로 몰려온다. 그리고 몰려온 자동차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자동차의 값도 아니요 선팅의 농도도 아닌 무지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것이 옆으로든 앞뒤로든…….

노란 헬멧을 쓴 여인이 그녀의 오래된 바이크에 기대어 서서 초조한 듯 검은 워커를 신은 구둣발로 땅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검은 가죽바지의 선은 제 2의 피부처럼 몸에 찰싹 달라붙어 올라가 붙은 그녀의 탄탄한 엉덩이를 따라 곧고 길게 뻗은 허벅지 아래의 다리로 흘러내렸다. 풍만한 가슴을 빨간 탱크 탑과 검은 가죽재킷 안에 감춘 그녀는 무언가에 분노한 듯 주먹을 움켜쥔 채 반대편 허벅지를 가볍게 툭툭 치고 있었다.
어깨에서 등으로 대각선으로 매달린 기다란 죽도가 그녀의 발놀림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헬멧 속에 감춰진 목탄같이 짙은 검은 눈동자는 무언가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얇지만 도톰하고도 붉은 입술을 이로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리듬을 타던 그녀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경직된 손으로 헬멧을 살짝 들어 올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능숙한 동작으로 가죽 바지로 감싼 긴 다리를 들어 고양이처럼 사뿐하게 빨간 애마에 올랐다.
경쾌한 엔진소리와 함께 비릿한 타이어 냄새가 허공에 떠돌고 있었다.

하얀 EF소나타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로 들어갔다. 차가 멈춰 서더니 조수석에서 검은 원피스에 재킷을 걸친 아름다운 여인이 높은 힐을 신은 다리를 내리고 도도히 내렸다.
운전석의 유리가 소리 없이 스르르 내려가자 여인은 잠시 멈칫 하더니 새빨간 입술에 미소를 지으며 열린 차창 안으로 살짝 상체를 숙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고개를 든 여인은 한숨을 쉬며 노곤해진 얼굴을 하고 출발하는 차를 바라보았다.
차가 사라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던 검은 드레스의 여인이 몸을 뒤로 돌린 순간 단단한 손에 잡혀 몸이 홱 하고 돌려졌다. 그리곤 강한 힘에 이끌려 한참을 끌려갔다.
“누, 누구세요?”
으슥한 구석에 처박혀진 여인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검은 가죽재킷을 입은 호리호리한 체구의 얼굴을 볼 순 없었다.
가죽재킷이 헬멧을 벗자 칠흑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칼바람에 날리며 어깨 위로 떨어졌다. 어깨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흔들자 실처럼 찰랑이며 흩날리고 있었다.
“뭐…… 뭐에요?”
자신을 끌고 온 상대가 여자임을 깨닫자 전신을 휘감은 긴장감이 조금은 누그러졌지만, 자신을 질질 끌고 온 상대의 만만치 않은 힘에 전신의 솜털이 올올히 일어서는 듯 했다.
가로등 사이로 드러난 상대의 긴 머리 뒤로 보이는 기다란 막대기가 그녀의 시야를 온통 잡아당겼다. 가죽재킷 차림에 자신을 끌고 올 정도의 완력. 그리고 기다란 죽도.
전신이 오그라드는 두려움으로 저절로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다, 당신…… 누, 누……구?”
“훗, 무서워?”
낮게 씹어 뱉는 가죽재킷을 입은 여인의 서늘한 음성은 저절로 무릎이 떨릴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그러게 무서울 짓은 왜 하니?”
“뭐, 뭐……요?”
검은 드레스의 여인은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를 재빠르게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히 생각나는 나쁜 짓은 없었다. 하지만 불안감이 저 아래부터 스멀스멀 올라왔다.
“모르겠어?”
가죽재킷의 여인의 동그란 엉덩이가 움직이자 그 엉덩이를 따라 쭉 뻗은 다리가 고양이의 그것처럼 조심스럽게 뻗어왔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다리는 바닷가에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휘어지는 갈대처럼 흔들려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모르면 안 되지. 모르고 맞아 죽으면 억울하겠다. 그치?”
“뭐요? 제가 뭐?”
검은 드레스의 여인의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나왔다. 도대체 자신이 맞아 죽을 정도로 잘못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소리 없이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검은 재킷을 입은 여자가 너무나 무서웠다. 악마의 화신 같았다.
“가르쳐 줄까?”
“사, 살려주세요.”
검은 드레스의 여인은 핸드백도 떨어뜨린 채 두 손을 싹싹 비볐다. 가죽재킷의 여인이 등에서 긴 죽도를 뽑았다. 그리곤 한 손바닥을 그 죽도를 툭툭 소리가 나게 치며 미소를 흘렸다. 새빨간 입술로…….
“남의 남자 빼앗으면 안 되지, 임자 있는 사람. 그치?”
“네? 누구?”
“네가 오늘 한강에서 카섹스한 남자가 내 남편이다. 이 죽일 년아~!”
가죽재킷을 입은 여인이 갑자기 죽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괴성을 지르며 여인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곧 죽도를 땅에 던져 버리고 아름다운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그 손에 어마어마한 양의 머리카락이 잡히며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는 달빛 사이로 날아든 나방떼처럼 훨훨 나부꼈다.

“흐……흑. 저 정말 몰랐어요. 잘못했어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차가운 놀이터의 모랫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었다.
“그래. 뭐 내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번 한 번만이야. 한번만 더 만나면 대머리로 만들어 주지. 다신 얼굴 볼일 없었으면 좋겠어. 야! 근데 너 린스 뭐 쓰냐? 머리가 왜 이리 떡졌어? 웬만하면 린스 좀 바꿔. 에이, 씨……. 손이 다 찌끈덕 거리네.”
원피스의 여인은 눈물로 마스카라가 다 번진 얼굴을 들었다.
검은 레자바지의 여자가 손을 털며 땅에 떨어진 죽도를 어깨에 메고 샛노란 헬멧을 썼다. 그리곤 그 샛노란 헬멧에 부착된 금이 간 안면창 너머로 한참을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떨며 기다려야 했다.
남자용 가죽재킷의 앞섬을 여미며 그다지 길지 않은 다리를 척하니 쳐들고 ‘우리집 치킨’이란 깃발이 꽂힌 빨간 스쿠터에 올라탔다.
키를 여러 번 돌린 끝에 걸린 시동소리- 붕붕거리는-를 듣자 만족한 듯 머리를 크게 끄덕이곤 어둠 한가운데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여인은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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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님의 장편 현대로맨스.

작년 9월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전자책 독자님들을 위한 특별외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바람둥이 남자친구를 가진 수정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 그녀는 남자친구의 말대로 바람을 피울수 있을까?

작가소개
- 봄바람
- 피우리넷와 글동무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사는 소리가 즐겁고, 글 읽는 소리가 즐겁고, 먹는 소리가 즐겁다.
소리가 듣고 싶어서 글을 치기 시작한 초보 글쟁이다.


<작품소개>

봄바람님의 장편 현대로맨스.
작년 9월 종이책으로 출간된 작품으로, 전자책 독자님들을 위한 특별외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바람둥이 남자친구를 가진 수정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 그녀는 남자친구의 말대로 바람을 피울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3월의 칼바람이 가죽점퍼 사이사이로 살을 베이듯 파고 들어왔다.
옷깃을 여미며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했지만 뻥 뚫린 둔치에선 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한강 둔치의 으슥한 곳에는 많은 차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주차되어 있어 자동차 전시장에 온 것 같았다. 차량이 긴 외제차서부터 경차에 이르기까지, 온갖 옵션과 서너 개씩 삐죽거리는 안테나로 한껏 멋을 낸 자동차들.
짙은 선팅으로 속이 하나도 비치지 않는 자동차도 있었고 특이하게 뿌옇게 유리가 불투명해진 차들도 종종 보였다.
서리가 잔뜩 낀 차들의 소유주들은 매우 지능이 뛰어나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뿌옇게 서리가 끼도록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방법. 사발면의 뜨거운 김이 차안에 가득히 차도록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냄새란……. 매우 참기 힘든 냄새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래도 뿌연 김이 올라야 가장 확실하다 할 수 있겠다. 그래야 밖에서 아무리 용을 써도 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와서 트렁크에 있던 신문지나 옷으로 유리창을 가린 자동차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 초짜 이거나 원 나잇 스탠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자동차들은 밤이 되면 한강으로 몰려온다. 그리고 몰려온 자동차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자동차의 값도 아니요 선팅의 농도도 아닌 무지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것이 옆으로든 앞뒤로든…….

노란 헬멧을 쓴 여인이 그녀의 오래된 바이크에 기대어 서서 초조한 듯 검은 워커를 신은 구둣발로 땅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검은 가죽바지의 선은 제 2의 피부처럼 몸에 찰싹 달라붙어 올라가 붙은 그녀의 탄탄한 엉덩이를 따라 곧고 길게 뻗은 허벅지 아래의 다리로 흘러내렸다. 풍만한 가슴을 빨간 탱크 탑과 검은 가죽재킷 안에 감춘 그녀는 무언가에 분노한 듯 주먹을 움켜쥔 채 반대편 허벅지를 가볍게 툭툭 치고 있었다.
어깨에서 등으로 대각선으로 매달린 기다란 죽도가 그녀의 발놀림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헬멧 속에 감춰진 목탄같이 짙은 검은 눈동자는 무언가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얇지만 도톰하고도 붉은 입술을 이로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리듬을 타던 그녀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경직된 손으로 헬멧을 살짝 들어 올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능숙한 동작으로 가죽 바지로 감싼 긴 다리를 들어 고양이처럼 사뿐하게 빨간 애마에 올랐다.
경쾌한 엔진소리와 함께 비릿한 타이어 냄새가 허공에 떠돌고 있었다.

하얀 EF소나타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로 들어갔다. 차가 멈춰 서더니 조수석에서 검은 원피스에 재킷을 걸친 아름다운 여인이 높은 힐을 신은 다리를 내리고 도도히 내렸다.
운전석의 유리가 소리 없이 스르르 내려가자 여인은 잠시 멈칫 하더니 새빨간 입술에 미소를 지으며 열린 차창 안으로 살짝 상체를 숙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고개를 든 여인은 한숨을 쉬며 노곤해진 얼굴을 하고 출발하는 차를 바라보았다.
차가 사라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던 검은 드레스의 여인이 몸을 뒤로 돌린 순간 단단한 손에 잡혀 몸이 홱 하고 돌려졌다. 그리곤 강한 힘에 이끌려 한참을 끌려갔다.
“누, 누구세요?”
으슥한 구석에 처박혀진 여인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검은 가죽재킷을 입은 호리호리한 체구의 얼굴을 볼 순 없었다.
가죽재킷이 헬멧을 벗자 칠흑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칼바람에 날리며 어깨 위로 떨어졌다. 어깨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흔들자 실처럼 찰랑이며 흩날리고 있었다.
“뭐…… 뭐에요?”
자신을 끌고 온 상대가 여자임을 깨닫자 전신을 휘감은 긴장감이 조금은 누그러졌지만, 자신을 질질 끌고 온 상대의 만만치 않은 힘에 전신의 솜털이 올올히 일어서는 듯 했다.
가로등 사이로 드러난 상대의 긴 머리 뒤로 보이는 기다란 막대기가 그녀의 시야를 온통 잡아당겼다. 가죽재킷 차림에 자신을 끌고 올 정도의 완력. 그리고 기다란 죽도.
전신이 오그라드는 두려움으로 저절로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다, 당신…… 누, 누……구?”
“훗, 무서워?”
낮게 씹어 뱉는 가죽재킷을 입은 여인의 서늘한 음성은 저절로 무릎이 떨릴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그러게 무서울 짓은 왜 하니?”
“뭐, 뭐……요?”
검은 드레스의 여인은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를 재빠르게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히 생각나는 나쁜 짓은 없었다. 하지만 불안감이 저 아래부터 스멀스멀 올라왔다.
“모르겠어?”
가죽재킷의 여인의 동그란 엉덩이가 움직이자 그 엉덩이를 따라 쭉 뻗은 다리가 고양이의 그것처럼 조심스럽게 뻗어왔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다리는 바닷가에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휘어지는 갈대처럼 흔들려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모르면 안 되지. 모르고 맞아 죽으면 억울하겠다. 그치?”
“뭐요? 제가 뭐?”
검은 드레스의 여인의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나왔다. 도대체 자신이 맞아 죽을 정도로 잘못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소리 없이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검은 재킷을 입은 여자가 너무나 무서웠다. 악마의 화신 같았다.
“가르쳐 줄까?”
“사, 살려주세요.”
검은 드레스의 여인은 핸드백도 떨어뜨린 채 두 손을 싹싹 비볐다. 가죽재킷의 여인이 등에서 긴 죽도를 뽑았다. 그리곤 한 손바닥을 그 죽도를 툭툭 소리가 나게 치며 미소를 흘렸다. 새빨간 입술로…….
“남의 남자 빼앗으면 안 되지, 임자 있는 사람. 그치?”
“네? 누구?”
“네가 오늘 한강에서 카섹스한 남자가 내 남편이다. 이 죽일 년아~!”
가죽재킷을 입은 여인이 갑자기 죽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괴성을 지르며 여인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곧 죽도를 땅에 던져 버리고 아름다운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그 손에 어마어마한 양의 머리카락이 잡히며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는 달빛 사이로 날아든 나방떼처럼 훨훨 나부꼈다.

“흐……흑. 저 정말 몰랐어요. 잘못했어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차가운 놀이터의 모랫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었다.
“그래. 뭐 내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번 한 번만이야. 한번만 더 만나면 대머리로 만들어 주지. 다신 얼굴 볼일 없었으면 좋겠어. 야! 근데 너 린스 뭐 쓰냐? 머리가 왜 이리 떡졌어? 웬만하면 린스 좀 바꿔. 에이, 씨……. 손이 다 찌끈덕 거리네.”
원피스의 여인은 눈물로 마스카라가 다 번진 얼굴을 들었다.
검은 레자바지의 여자가 손을 털며 땅에 떨어진 죽도를 어깨에 메고 샛노란 헬멧을 썼다. 그리곤 그 샛노란 헬멧에 부착된 금이 간 안면창 너머로 한참을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떨며 기다려야 했다.
남자용 가죽재킷의 앞섬을 여미며 그다지 길지 않은 다리를 척하니 쳐들고 ‘우리집 치킨’이란 깃발이 꽂힌 빨간 스쿠터에 올라탔다.
키를 여러 번 돌린 끝에 걸린 시동소리- 붕붕거리는-를 듣자 만족한 듯 머리를 크게 끄덕이곤 어둠 한가운데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여인은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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