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그대

로맨스 현대물
홍인
출판사 피우리
출간일 2005년 04월 13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7.3점 (3건)
작품설명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던 여름이었다.
나무들이 만든 숲 사이로 네가 보였고, 난 우연히 마주친 너를 따라갔다.
넌 숲의 요정과 같았다. - 유지훈

내 유년의 기억은 미움뿐이었다. 미움 받는 다는 건 생각만으로 끔찍하다.
끔찍한 트라우마. 미움과 증오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그런 내가 당신을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젠 날 미워 할 텐데, 내 남자가 아닌 당신을 향해 미쳤다. - 신이수



- 본문 중에서

난 조용히 말을 꺼냈다.
“혹시, 길을 잃은 신건 아닌가요?”
그녀는 내 물음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눈은 그대로 감은 채 대답을 했다.
“네, 잃었어요. 그쪽도 다람쥐를 쫓다 길을 잃었나요?”
자신의 엉뚱한 행동에 스스로의 비웃음이 담긴 말투였다. 난 그녀가 그렇게 느끼는 게 싫어 조금 거짓말을 섞어 대답을 했다. 뭐, 아주 거짓말을 아니었다. 나도 늘 생각에 잠기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발걸음 닿는 대로 걸으니 말이다.
“아뇨. 생각에 잠겨 걷다가 길을 잃었어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길을 찾으시겠습니까?”
내 대답 겸 물음에 그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그녀가 눈을 떠 나를 보아 줄까 조금 안달이 났다. 이상한 그녀. 그녀에게 말을 거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없을까? 아, 이 이상한 대화를 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내 가슴은 왜 사춘기 소년처럼 뛰는 것일까?
한참의 시간이 지난 듯 하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음. 제가 눈을 뜨며 사라지는 숲 속의 요정 같은 존재는 아니죠? 아니면 갑자기 연약한 아녀자를 덮치는 이상한 숲 사람이라던가…….”
“훗, 아닙니다.”
난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한쪽 눈이 빠꿈이 떠졌고, 곧이어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정말 동그랗고 까만 눈이었다. 그녀의 눈 속으로 숲이 보일 정도로.
얼마나 그 눈 속에 빠져있었을까? 그녀는 얼마나 내 눈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알 수 없다. 우리는 도망갔던 다람쥐의 후다닥 도망가는 소리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서로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웃음을 짓던 그녀가 앞뒤 잘린 말을 건넸다.
“당신 눈 속에 제가 있었어요.”
“당신 눈 속엔 숲이 있었고요.”
나도 조금 다른 같은 말을 건넸다.
결국 우린 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낯선 공간에서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말하지 않고, 보지 않은 서로의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있었을까? 알 수 없지만. 지금 그녀와 난 말할 수 없는 무언가는 주고, 받고 느끼고 있다.
만약 약속이 없었다면, 난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한 이 숲 한가운데서 이렇게 서 있었을 것이다. 낯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하지만 이젠 움직여야 했다.
“같이 길을 찾을 까요?”
나의 말에 그녀도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혼자만의 해석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내 앞의 여자도 이 시간을 나와 같이 느꼈고 아쉬워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을 자각한다.
“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아마, 많이 늦어 걱정할 것 같네요.”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조용히 간간히 햇살이 비추는 숲길을……. 난 아쉬움에 입을 열었다.
“이 공원에 자주 오세요?”
“아뇨, 오늘 처음에요. 전 섬에서 자라서 우거진 숲을 만나면 친해지고 싶어 늘 엉뚱해 져요.”
“그렇군요. 전 나무박사가 되고 싶은 꿈을 키운 적이 있어요. 그래서 숲을 좋아해요.”
나의 말에 그녀는 입술이 살짝 휘어지던 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첫 데이트는 나온 사람들이라 생각할 것이다. 어깨를 나란히 맞추고 걷는 느린 발걸음, 불쑥 불쑥 나오는 어색한 대화들, 고개를 돌리며 수줍게 마주치는 눈빛. 내 발걸음은 자꾸만 느려져갔다.
“가족하고 같이 오셨나요?”
“아뇨, 공원 깊숙이 자리 잡은 작은 카페에서 친구와 약속이 있어요.”
난 친구만을 말했다. 고의성이 짙지만 그녀의 뒤를 쫓고, 말을 걸고, 같은 걷는 이 순간까지 난 약혼녀인 윤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아, 저도 그 카페에서 약속이 있어요.”
“그럼, 그곳까지 같이 걸을 수 있겠네요.”

작가소개
- 홍인

현재 노블 박스(www.novel-box.net)에서 활동 중
메일 주소 : cromdarl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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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던 여름이었다.
나무들이 만든 숲 사이로 네가 보였고, 난 우연히 마주친 너를 따라갔다.
넌 숲의 요정과 같았다. - 유지훈

내 유년의 기억은 미움뿐이었다. 미움 받는 다는 건 생각만으로 끔찍하다.
끔찍한 트라우마. 미움과 증오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그런 내가 당신을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젠 날 미워 할 텐데, 내 남자가 아닌 당신을 향해 미쳤다. - 신이수



- 본문 중에서

난 조용히 말을 꺼냈다.
“혹시, 길을 잃은 신건 아닌가요?”
그녀는 내 물음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눈은 그대로 감은 채 대답을 했다.
“네, 잃었어요. 그쪽도 다람쥐를 쫓다 길을 잃었나요?”
자신의 엉뚱한 행동에 스스로의 비웃음이 담긴 말투였다. 난 그녀가 그렇게 느끼는 게 싫어 조금 거짓말을 섞어 대답을 했다. 뭐, 아주 거짓말을 아니었다. 나도 늘 생각에 잠기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발걸음 닿는 대로 걸으니 말이다.
“아뇨. 생각에 잠겨 걷다가 길을 잃었어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길을 찾으시겠습니까?”
내 대답 겸 물음에 그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그녀가 눈을 떠 나를 보아 줄까 조금 안달이 났다. 이상한 그녀. 그녀에게 말을 거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없을까? 아, 이 이상한 대화를 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내 가슴은 왜 사춘기 소년처럼 뛰는 것일까?
한참의 시간이 지난 듯 하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음. 제가 눈을 뜨며 사라지는 숲 속의 요정 같은 존재는 아니죠? 아니면 갑자기 연약한 아녀자를 덮치는 이상한 숲 사람이라던가…….”
“훗, 아닙니다.”
난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한쪽 눈이 빠꿈이 떠졌고, 곧이어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정말 동그랗고 까만 눈이었다. 그녀의 눈 속으로 숲이 보일 정도로.
얼마나 그 눈 속에 빠져있었을까? 그녀는 얼마나 내 눈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알 수 없다. 우리는 도망갔던 다람쥐의 후다닥 도망가는 소리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서로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웃음을 짓던 그녀가 앞뒤 잘린 말을 건넸다.
“당신 눈 속에 제가 있었어요.”
“당신 눈 속엔 숲이 있었고요.”
나도 조금 다른 같은 말을 건넸다.
결국 우린 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낯선 공간에서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말하지 않고, 보지 않은 서로의 모든 것을 공감할 수 있었을까? 알 수 없지만. 지금 그녀와 난 말할 수 없는 무언가는 주고, 받고 느끼고 있다.
만약 약속이 없었다면, 난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한 이 숲 한가운데서 이렇게 서 있었을 것이다. 낯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하지만 이젠 움직여야 했다.
“같이 길을 찾을 까요?”
나의 말에 그녀도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혼자만의 해석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내 앞의 여자도 이 시간을 나와 같이 느꼈고 아쉬워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을 자각한다.
“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아마, 많이 늦어 걱정할 것 같네요.”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조용히 간간히 햇살이 비추는 숲길을……. 난 아쉬움에 입을 열었다.
“이 공원에 자주 오세요?”
“아뇨, 오늘 처음에요. 전 섬에서 자라서 우거진 숲을 만나면 친해지고 싶어 늘 엉뚱해 져요.”
“그렇군요. 전 나무박사가 되고 싶은 꿈을 키운 적이 있어요. 그래서 숲을 좋아해요.”
나의 말에 그녀는 입술이 살짝 휘어지던 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아마 첫 데이트는 나온 사람들이라 생각할 것이다. 어깨를 나란히 맞추고 걷는 느린 발걸음, 불쑥 불쑥 나오는 어색한 대화들, 고개를 돌리며 수줍게 마주치는 눈빛. 내 발걸음은 자꾸만 느려져갔다.
“가족하고 같이 오셨나요?”
“아뇨, 공원 깊숙이 자리 잡은 작은 카페에서 친구와 약속이 있어요.”
난 친구만을 말했다. 고의성이 짙지만 그녀의 뒤를 쫓고, 말을 걸고, 같은 걷는 이 순간까지 난 약혼녀인 윤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아, 저도 그 카페에서 약속이 있어요.”
“그럼, 그곳까지 같이 걸을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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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블 박스(www.novel-box.net)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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