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하렘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 빙의해 버렸다.
악녀 캐릭터 옆에서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데에
한몫 제대로 보태는 뽀시래기 악녀, ‘이블린 루이’로.

여주인공 에이미의 행복을 방해하면 제거당하는 세계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아무 짓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려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나도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
날 미워하던 양오빠 제르반은 물론.

“뭐든 해 줄 수 있어요. 정말로요.”
훗날 황실 기사단장이 되는 에녹.

“내 황태자비가 되어 줘, 이블린.”
항상 나에게만 쌀쌀맞고 냉정하던 황태자 요한에,

“반역에 성공한다면…… 그래, 황후는 너로 할까.”
원작의 흑막인 테오까지
에이미가 아닌 나에게 호감을 보인다.

‘뭔가 달라지고 있는 게 분명해.’

내 의지와는 정반대로, 원작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잠깐 맛보기

“에이미가 아니라 저를 황태자비로 삼으시겠다고요?”

내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는지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그가 서둘러 변명을 늘어놓았다.

“에이미와 한때 좋은 감정을 나눴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게 말이 돼?”

세 번째 고백. 그 이름도 거창한 요한 에테븐 휘페리온. 이 거지 같은 게임의 남주 중 하나이자 제1 황위 계승자.

“갑자기 왜 저예요?”

중요한 점은 내가 이 게임의 히로인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악녀일까? 아니, 그 정도 비중 있는 역할도 못 된다.

“남주는 여주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도대체 왜 저를…….”

“이블린,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저는 그냥…… 엑스트라라고요. 저를 좋아하시면 어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