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 뭐야? 왜 또 그녀가 오기라도 한…….”

그는 쿤을 향해 야단을 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쿤이 왜 그렇게 날뛰고 짖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였다. 환상이 아닌 정말 그녀였다. 서이랑 소위. 그녀가 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해맑은 미소를 입가에 잔뜩 걸고.

“젠장!”

그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이죽거렸다. 지금 제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조금 전까지도 자신이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잔뜩 인상부터 쓰며 고개를 들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사는 독고 수 소령.
그러나 그의 앞에 기이한 인연을 가진 여자, 서이랑이 나타난다.

“서이랑……. 제발……. 넌 안 돼. 너라도 행복해야……. 서이랑 내가 무슨 짓을……. 미안해. 그렇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널 어떻게 해야…….”

놀란 그녀는 수건을 떨어뜨렸고 동시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소령님?”

“서이랑…….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미안해. 미안해…….”

삶에 미련이 없던 그에게 미련을 불러일으키는 그녀.
그는 그렇게 덫에 걸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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