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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의 남자 2/2 독자추천
  • 김지안(아이린) 지음 | 피우리 펴냄 | 로맨스(현대물)
  • 용량 : 255 KB | 2004년 10월 31일 출간
  • 8.7점 / 9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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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안(아이린)   #피우리  
책 소개
친구의 약혼자를 짝사랑하게 된 은서. 하지만 그와 어쩔 수 없이 결혼까지 하게 되고 말았다. 친구와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보낸 3년간의 결혼생활. 그리고 3년의 홀로서기를 치뤄 낸 은서 앞에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던 신후와 이제 신후를 사랑한다는 상처받았던 친구, 그리고 은서에게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전남편 혁이 나타난다.
은서는 또다시 친구를 배신하고 그녀의 남자와 사랑할 수 있을까?
작가 소개

김지안(아이린)

2003년 3월부터 인터넷에 연재 시작.
‘아이린’ 이라는 닉네임으로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완결작「사랑과 우정 사이」,「계약결혼」,「친구의 남자」,「사랑의 시차」
출간작 「친구의 남자」,「사랑의 시차」/도서출판 청어람
현재 「계약결혼」을 개작한「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연재 중.


<작품소개>

은서 -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한 번도 자신을 돌아봐주지 않는 혁의 뒷모습에 그녀는 지쳤다. 이제 홀로서기를 하려한다.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을 향해 그녀보다 더 오랜 시간 사랑을 키워온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후 - 그녀가 내 여자가 될 것이라 한 번도 의심치 않았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랐던 그 기회가 다시 왔다.

혁 - 내 어린 신부를 놓치게 만든 그녀를 절대 용서 할 수 없었다. 나의 아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의 뻔뻔스러움에 무관심으로 대답했다. 지쳐 버린 그녀가 내 곁을 떠났다. 그런데 왜 이제야 그녀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된 걸까?

수연 - 친구의 남자가 탐이 났다. 가지고야 말리라. 그리고 그 둘을 떼어 놓았다. 그러면 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땐 몰랐었다.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본문 중에서


“나, 독립할 거라고.”
“음…… 뭐?”
처음에는 이해를 못하던 그였다. 그러나 곧 제대로 이해했는지 은서의 몸을 배회하던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그녀를 되돌려 세웠다. 여전히 열정에 사로잡힌 짙은 눈을 하고 그녀의 눈을 주시했다. 그녀가 던진 독립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하는 눈빛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독립할 거야.”
그녀의 한마디는 그들의 뜨거웠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았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온 바람이 휩쓸고 간 것처럼 공기는 차갑게 식어 버렸다. 신후는 믿을 수 없다는 눈을 여전히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데?”
자신의 감정을 자제한 듯 억누른 목소리였다. 그녀의 대답에 생사가 걸린 것처럼 신후는 그냥 농담이라는 말이 나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물러설 것 같지 않는 은서를 한참을 바라보던 신후였다. 목소리에도 차츰 화가 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다니? 여긴 네 집이야. 너와 내가 함께 사는 우리 집이라고!!”
“나도 여길 집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어. 여긴 네 집이지 내 집은 아니야. 결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집 같은 건 없어.”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난 돌아오지 말아야 했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떠날 거야.”
“네 말 아주 이상하게 들린다. 순수하게 이 집을 나가겠다는 거니? 아니면 우리 사이를 부정하는 거니?”
신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과 함께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라 하기에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너무 뜨거운 사이였다. 신후도 그녀의 몸이 그의 손길 아래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가 지내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
“서로라고 말하지 마. 난 전혀 아니니까. 네가 없는 이 집을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그녀의 갑작스런 독립이라는 말이 다분히 의심스럽다는 말투였다. 은서는 바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누구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자신 때문이었다. 그녀로 인하여 일어나는 일들을 그녀로써 감당하기 힘들어서이다. 은서는 정면으로 신후를 바라보지 못한 채 끼고 있던 고무장갑을 벗어 싱크대에 놓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들어 신후를 바라봤다.
“내가 불편해서 그래. 매일같이 이모 얼굴 대할 때마다 죄 짓는 것 같아서 싫어.”
“그러니까 말씀 드리자. 우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씀 드리고 결혼하자.”
“넌 참 쉽구나. 나도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어. 네가 이모한테 그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난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거야. 나, 너무 힘들어. 그래서 그만 관두고 싶어. 이모를 잃는다는 것도, 수연에게 상처를 줘야 한다는 것도 날 지치게 해. 신후야, 우리 여기서 그만 두자. 응?”
은서의 눈은 이미 충혈되고 있었다. 신후는 은서가 내뱉은 말을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입을 꾹 다문 채 노려봤다.
“결국 그거였네. 관두자는 얘기? 넌 그만 두는 게 칼로 무 자르듯 쉬운지 모르지만 난 안 돼. 너만 바라본 시간이 얼마인지 알아? 넌 상상도 못할 거야. 나, 지금 행복해. 언젠가 네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 하면서도 나 행복해. 왜냐고? 너랑 함께 있으니까. 어머니가 반대 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널 지킬 거니까 흔들리지 마.”
은서의 볼로 눈물 한 줄기가 타고 흘러 내렸다. 은서는 얼른 손등으로 훔쳐내며 이를 악물었다.
“신후야. 미안해. 난 도저히 안 되겠어. 나 그렇게 이기적이지 못해. 내겐 엄마와 같은 이모와 너 사이를 갈라놓고 싶지 않아. 그리고 수연이에게도 난 갚아야 할 빚이 있어.”
“네가 그랬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지금은 너도 그리고 어머니나 수연이도 힘들지 모르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은서야, 안되겠다는 말은 하지 마.”
눈물로 가득한 은서의 눈을 바라보는 신후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고 음성은 안타까움으로 떨렸다. 은서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 신후의 손이 다가왔지만 그녀는 외면했다. 아프지만 여기서 끝내야 했다. 더 이상의 미련의 끈을 붙잡아 신후를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사랑에 목마른 그녀에게 신후의 작은 손짓과 따뜻한 시선 하나가 얼마나 큰 단비가 되어 촉촉이 적셔 주었는지 그는 모른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그를 보내야 한다. 그녀가 얼굴을 돌려버리자 그의 손이 허공에서 길을 잃은 채 머물렀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머쓱하게 내밀어져 있던 손을 자신의 바지 주머니 속으로 가져갔다.
“미안해. 나도 너랑 함께 있고 싶지만 떠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아. 그게 모두를 위한 걸 거야.”
“핑계 대지마. 너와 나를 뺀 모두가 무슨 의미가 있니? 네가 어떤 말로 변명해도 결론은 하나야. 날 그런 것들을 감수할 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지. 안 그래?”
그녀를 설득하려던 신후의 낮은 음성에는 체념이 배어 있었다. 그 보다 더한 고통이 묻어났다.
“분명히 말하는데 너 여기서 나가는 순간…… 그래, 네 말대로 나 너 안볼 거야. 좋아. 어디 한번 해 보자. 우리 서로 관두는 것.”
신후는 화가 난 듯 차갑게 이별의 말을 툭하니 던지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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