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달과 바람의 시절 (개정판)(전2권)

로맨스 역사/시대물
리혜
출판사 라떼북
출간일 2022년 06월 13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0건)
작품설명

여인은 조심스럽게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도 없었고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보았구나.’

순간,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뒤에서 그녀의 입을 막고 잡아끌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잡은 손은 끄떡도 하지 않고 연홍정 뒤편 어두운 나무숲 사이로 그녀를 끌고 들어갔다. 숨이 막히고 눈이 아득해져 왔다. 심장은 터질 듯 세차게 뛰었다.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지르지 마라.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잔뜩 긴장했던 몸에서 알 수 없이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몸부림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의 힘이 약해졌다. 하지만 강인한 팔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손으로는 움직임을 제압할 듯 팔목을 거머쥐었다.

“누구냐. 넌?”
“….”
“어찌하여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느냐? 매일 오는 아이가 아니다. 너는 누구냐?”

사내는 생각했던 것만큼 허술하지 않았다. 편지를 가져가는 나인의 얼굴을 알고 있던 것이었다.
어둠 속 나무 사이를 뚫고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바람이 그 둘을 지나쳐갔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쯤 사내의 동공이 점점 커다래졌다. 여인의 팔목을 거머쥔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간다.

눈동자.
모든 감정을 초월한 듯 한없이 깊고 검은 눈동자.
그의 기억 속에 깊이 박힌,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녀의 눈동자가 지금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선용의 시간은 다시 정지했다.


《눈과 달과 바람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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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여인은 조심스럽게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도 없었고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보았구나.’

순간,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뒤에서 그녀의 입을 막고 잡아끌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잡은 손은 끄떡도 하지 않고 연홍정 뒤편 어두운 나무숲 사이로 그녀를 끌고 들어갔다. 숨이 막히고 눈이 아득해져 왔다. 심장은 터질 듯 세차게 뛰었다.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지르지 마라.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잔뜩 긴장했던 몸에서 알 수 없이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몸부림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의 힘이 약해졌다. 하지만 강인한 팔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손으로는 움직임을 제압할 듯 팔목을 거머쥐었다.

“누구냐. 넌?”
“….”
“어찌하여 숨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느냐? 매일 오는 아이가 아니다. 너는 누구냐?”

사내는 생각했던 것만큼 허술하지 않았다. 편지를 가져가는 나인의 얼굴을 알고 있던 것이었다.
어둠 속 나무 사이를 뚫고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바람이 그 둘을 지나쳐갔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쯤 사내의 동공이 점점 커다래졌다. 여인의 팔목을 거머쥔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간다.

눈동자.
모든 감정을 초월한 듯 한없이 깊고 검은 눈동자.
그의 기억 속에 깊이 박힌,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녀의 눈동자가 지금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선용의 시간은 다시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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