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갈라 왕의 사생아인 것을 숨긴 채로 살고 있는 캣. 어느 날 총리가 공주랑 닮은 여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며, 작은 행사에서 사라진 공주의 대역을 해 달라고 제안한다.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이복 자매에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캣은 그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세인트 갈라로 향한다. 그리고 공주 역할을 나름 잘해 내며 이웃 나라 왕자 알렉스를 맞이하지만, 점점 자신의 처지를 잊고 그에게 빠져드는데….

이 순간만큼은 우리 둘의 위치를 잊읍시다…

▶ 책 속에서

“당신은 정략결혼으로 갇혀 있기 아까운 사람입니다.”
알렉스의 시선이 다시 캣의 시선과 마주쳤다.
“캣. 당신 같은 여자는 족보 때문에 결혼하는 게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할 자격이 있어요.”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죠.”
이 지옥 같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늘이 준 선물이 될 것이다. 캣은 알렉스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이복동생의 흉내가 자신에게는 버거운 일임을 깨달았다.

“간단해요.”
알렉스가 뼈를 녹일 듯이 느릿한 미소를 지었다.
“연애를 합시다.”

“네?”
캣은 자신이 제대로 들었나 싶어서 반문했다.

“우리가 연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나는 다음 주 연회가 끝나는 대로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죠. 그렇다면야 우리가 즐기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