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을 껴안다

로맨스 현대물
이기린
출판사 피우리
출간일 2009년 12월 14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8.6점 (34건)
작품설명

2006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성록은 그녀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꼿꼿이 서서 그를 내려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하는 것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머리를 허리까지 숙여 그에게 인사하는 그녀의 눈은 짙게 반짝거렸다.

“어이. 너 잠깐 거기 서 봐.”

낮고 굵직한 그의 목소리가 현관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까이 걸어오자 해윤은 뒤로 약간 물러섰다.
근처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게 무섭도록 존재감 있는 사람이었다.

“요컨대 당신은 내 문하생이라도 되겠다고 찾아온 길이다, 이건가?”
“그, 그렇습니다만 그건 당신이 제 편지를 모두 읽었다고 생각했을 때 얘기입니다.
이젠 제 쪽에서 먼저 거절하겠어요.”
“어째서?”
“어째서, 라니요? 물론 은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 마음에까지는 아니니까요.
전 제가 존경해 온 선생님을 조금이라도 곁에서 돕고 또 그분께 배우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제가 착각해온 선생님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입니다.”
“당신 머릿속의 난 육 년 간 어떤 사람이었지?”

해윤은 자꾸만 다가오는 남자가 불편해서 뒤로 조금씩 물러섰다.
처음엔 귀찮은 듯 자신을 쳐다봐 놓고선 이젠 심술궂은 웃음이 얼굴 위로 가득했다.
정말 싫다.

“좋은 분요.”
“그러니까, 지금의 난 아니라 이거군?”

해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성록의 집요한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심호흡을 하며
눈앞에 바로 보이는 현관문으로 뛰어 도망가고 싶은 어린애 같은 기분을 애써 꾹꾹 눌렀다.

“해.”
“뭐라고요?”
“내 문하생 하라고.”

마주본 그의 눈은 그림자가 져 표정을 알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은혜 갚아야지. 그렇게 고마워 죽겠다면서 말 한마디로 바이 바이하고 도망갈 참이었어?
그런데 말이야 북엇국 끓일 줄 아나?
멀리 나가기도 귀찮은데 이 근처엔 어떻게 제대로 된 식당 하나가 없어서 말이야.
속 쓰려 죽겠어.”

해윤이 거절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녀의 의견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그는 자신이 할 말을 다하자
다시 소파로 가서 벌렁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이내, 신문을 들어 올려 읽기 시작했다.
해윤이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동안
그의 간단하고 성의 없는 말 한마디에 그녀의 앞으로의 거취가 결정되어 버린 판이었다.

“다 끓이면 불러.”

작가소개
- 이기린

선인장을 껴안다를 데뷔작으로 이후 폭풍처럼가라, 이지원 납치사건, 열락의정원, 야수가 나타났다, 나의너, 달콤한 것들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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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2006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성록은 그녀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꼿꼿이 서서 그를 내려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하는 것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머리를 허리까지 숙여 그에게 인사하는 그녀의 눈은 짙게 반짝거렸다.

“어이. 너 잠깐 거기 서 봐.”

낮고 굵직한 그의 목소리가 현관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까이 걸어오자 해윤은 뒤로 약간 물러섰다.
근처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게 무섭도록 존재감 있는 사람이었다.

“요컨대 당신은 내 문하생이라도 되겠다고 찾아온 길이다, 이건가?”
“그, 그렇습니다만 그건 당신이 제 편지를 모두 읽었다고 생각했을 때 얘기입니다.
이젠 제 쪽에서 먼저 거절하겠어요.”
“어째서?”
“어째서, 라니요? 물론 은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 마음에까지는 아니니까요.
전 제가 존경해 온 선생님을 조금이라도 곁에서 돕고 또 그분께 배우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제가 착각해온 선생님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입니다.”
“당신 머릿속의 난 육 년 간 어떤 사람이었지?”

해윤은 자꾸만 다가오는 남자가 불편해서 뒤로 조금씩 물러섰다.
처음엔 귀찮은 듯 자신을 쳐다봐 놓고선 이젠 심술궂은 웃음이 얼굴 위로 가득했다.
정말 싫다.

“좋은 분요.”
“그러니까, 지금의 난 아니라 이거군?”

해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성록의 집요한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심호흡을 하며
눈앞에 바로 보이는 현관문으로 뛰어 도망가고 싶은 어린애 같은 기분을 애써 꾹꾹 눌렀다.

“해.”
“뭐라고요?”
“내 문하생 하라고.”

마주본 그의 눈은 그림자가 져 표정을 알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은혜 갚아야지. 그렇게 고마워 죽겠다면서 말 한마디로 바이 바이하고 도망갈 참이었어?
그런데 말이야 북엇국 끓일 줄 아나?
멀리 나가기도 귀찮은데 이 근처엔 어떻게 제대로 된 식당 하나가 없어서 말이야.
속 쓰려 죽겠어.”

해윤이 거절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녀의 의견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그는 자신이 할 말을 다하자
다시 소파로 가서 벌렁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이내, 신문을 들어 올려 읽기 시작했다.
해윤이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동안
그의 간단하고 성의 없는 말 한마디에 그녀의 앞으로의 거취가 결정되어 버린 판이었다.

“다 끓이면 불러.”

작가소개
- 이기린

선인장을 껴안다를 데뷔작으로 이후 폭풍처럼가라, 이지원 납치사건, 열락의정원, 야수가 나타났다, 나의너, 달콤한 것들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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