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미소와 함께 듣게 되는 옛 이름에 아릿한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왔을 때 자리에 없던 친구, 이진희.
같은 반 짝꿍이었을 때는 서먹했던 것 같은데, 문득문득 그녀가 떠오르곤 했다.
마음 한구석에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들. 이토록 깊이 새겨진 인연이라니…….

열다섯 살의 이다경 아니, 이진희는 친구들과 정을 나누는 것이 어려웠다.
그랬음에도 지금까지 기억나는 친구들은 있다. 그중에 한 명…… 하정민.
우연히 같은 이름의 사람을 만난 것일 텐데, 자꾸 그때의 정민이 생각났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이젠 그가 ‘정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에게 마음이 간다. 아주 순수하게…….

따뜻하고 잔잔하게 봄바람이 살랑살랑,
눈 감으니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