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은 농업경제학을 공부하는 매력적인 여자다. 아프리카에서 막 건너온 그녀는 백만장자와 재혼한 자유분방한 고모의 권유로 한 자선파티에 나갔다가 지독한 오만과 거부하기 힘든 매력을 지닌 멜 칼라일을 발견한다. 그러나 엉뚱한 수수께끼 놀이에 말려들도록 부추긴 것은 멜 칼라일 그 자신이었다. 멜은 그녀를 그렇고 그런 정부로 오해했고, 그녀는 멜의 성급한 억측에 변명하고픈 마음도 용서할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도도함도, 멜과 그녀 자신의 집요한 욕망의 도전을 받은 지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 책 속에서

레이첼은 불같이 화가 나서 멜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다.

「진정해요 진정해」멜이 레이첼의 팔을 등 뒤로 묶고 가슴에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당신의 아픈 곳을 건드렸소? 난 언젠가, 당신이 부드러워지고 고분고분할 때, 그리고 당신이 애원할 때 당신에게 키스할 거요」

마침내 그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그녀는 속절없이 눈물이 났다. 그녀가 어느 정도 냉정을 회복할 때까지 그가 떨리는 몸을 아주 부드럽고 친밀하게 잡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어깨를 밀어서 그녀를 떨어지게 했지만, 그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녀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말했다.「제발, 이제 그만해요.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나는…」

「오, 뭔가 깊은 수수께끼가 있다는 건 알고 있소. 하지만 나 역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남자만은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