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화가로 꽤 알려진 리즈 레드우드는 영국의 준남작 데이비드 캐슬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알고 보니 그는 리즈가 늘 동경해 오던 화가 데이비드 워렌이었다. 두 사람은 포르토피노에 있는 델피니 별장에서 여름을 함께 보내기로 했는데, 리즈는 그가 부드럽고 사려 깊으면서도 정열적인 사랑을 지닌 오직 자신의 꿈속에서만 존재하던 이상형의 남자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베자니라는 여인의 그림자가….

▶ 책 속에서

「이젠 일을 해야겠어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사랑을 나눈 후 리즈가 중얼거렸다.

두 연인은 수영장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샴페인과 과일 주스를 마시고 있다.「월요일부터 시작합시다. 지금은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을 즐겨야 한다구. 그림은 늙어서도 그릴 수 있지만 이런 즐거움은 아무 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지」데이비드는 일광욕 침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노력하기만 하면 평생 사랑하면서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리즈는 햇빛에 금색으로 빛나는 수영장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소」차분한 말씨였다.

마침내 리즈는 태양이 흠뻑 내리쬐는 곳에서 걱정할 것 하나 없는 행복한 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행복한 생활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