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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에게 젖는다 독자추천
  • 이정숙(릴케) 지음 | 피우리 펴냄 | 로맨스(현대물)
  • 용량 : 401 KB | 2004년 04월 09일 출간
  • 7.2점 / 4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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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가만히 있어도 비참함을 느끼게 하는 남자. 환경뿐 아니라 마음까지 가난하게 만들어버리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남자. 기억하지 못하는 가진 자와 늘 뒷모습을 쫓아온 가지지 못한 자의 보이지 않는 인연. 수치스러워서 꿈에서조차 지우고 싶던 그 인연.

2003년 현재. 이제 세 번째 만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영의 나이 27살, 여전히 열여섯 슬픈 기억의 빛은 바래지 않고 있었다.



- 본문중에서

“기영아. 집에 가야지 얼른 일어나렴”
어머니의 깨우는 소리에 선잠에서 깬 기영은 동생들을 흔들어 깨웠다. 불편한 마음으로 자서 그런지 온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물론 아버지가 있는 집이 싫었지만 기영의 어린 마음에도 자존심이 있었는지 그런 모습으로 골방에서 신세를 지는 것이 죽도록 싫었기 때문이었다. 눈을 비벼대며 자신을 따르는 동생의 손을 꼭 쥐고 거실로 나왔을 때... 기영의 눈앞에 그가 서 있었다.
하얀 얼굴, 가지런한 이마,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그대로 닮은 맑은 흙 갈색 눈망울이 반짝이는 열 일곱살의 그. 문이강. 선잠에서 깨어 부스스한 모습으로 내려오는 기영의 모습을 이강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기영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것이 그들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이강은 어쩔지 몰라도 기영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그 새벽의 첫 만남이었다. 어젯밤 아버지가 휘두른 주먹에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갑자기 욱신거렸다. 열여섯 열일곱 기영과 이강의 첫 만남에서 기영에게 남은 기억은 부끄러움뿐이었다.

.................................

“이 호프집이 물 좋다는 소문은 났지만 오늘은 더 물이 좋다. 그치?”
갓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있어 그 모든 것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거기다가 저기 바로 옆 테이블 남자들 봐. 다들 죽이게 생겼다. 그치?”
기영은 친구 해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들은 그런 사람들일 테니.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일 테니.’
기영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돌았다.
“이봐요, 술한잔 마셔줄래요?”
갑작스럽게 들린 말이었다. 기영과 친구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호프집을 들썩거릴 정도로 떠들게 하던 그 오인방 중 한명인 갈색머리의 남자가 맥주한병을 들고 있었다. 바로 기영이 쳐다보던 갈색머리의 남자였다. 기영은 물끄러미 남자를 쳐다보았다.
검은 니트 티와 물 빠진 청바지를 입고서 기영 앞에 선 남자의 눈매는 가까이서 보니 멀리서 보는 것보다 조금 더 예리했다. 까만 맑은 눈망울만 아니었다면 깎아놓은 듯 단정한 턱 선의 영향 때문이더라도 예리하고 날카롭게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웃는 남자의 눈망울은 맑았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친구 놈들이랑 내기했는데 옷 벗고 싶지 않으면 옆 테이블에 가서 술 따르고 오라는 벌칙을 받았거든요. 도와주실 거죠?”
남자는 대학생 특유의 신선한 장난어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남자가 잔을 내민 사람은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기영이었다. 얼굴이 상기된 채 흥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뒤로 하며 기영은 무뚝뚝한 얼굴로 잔을 집어 들었다.
기영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기영이 술잔을 집어 들자 남자가 속해있던 테이블에서 우 하는 요란한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와중에서도 기영은 무표정이었다. 남자는 고마워하는 표정으로 술을 따랐고 기영은 아무 말 없이 술잔 가득 담긴 술을 한번에 비웠다. 남자들의 테이블에서 야유와 장난이 뒤섞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기영을 항해 감사한 웃음을 지어보인 남자는 그녀에게 고개를 까딱해 보이고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난리가 난 친구들 사이에서 기영만이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 후 남자들은 십분 쯤 뒤 자리를 비우고 사라졌다. 물론 기영에게 벌주를 따라주던 짙은 밤색머리의 남자역시 사라졌다. 그는 기영 쪽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고 의자에 놓아두었던 검은 모자를 집어 들고는 옆에 있는 친구와 함께 술집을 나섰다.
모자를 쓰자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덥혔다.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모습은 날카로웠다. 그렇게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닌 남자가 문을 열고 사라질 때까지 기영은 그 모습을 곁눈으로 지켜보며 술잔을 비웠다. 기영의 눈빛이 씁쓰름했다.
그래. 어차피 모든 것이 너희들에게는 장난이겠지. 그렇게 재미있겠지. 아무것도 너희들을 막는 것은 없을 테니. 마치 아우토반을 달리는 고급스포츠카처럼 너희들의 앞날에는 희망만이 있을 테고 아무도 너희들을 통제하지 못하겠지. 오히려 바람을 일으키며 시원하게 달려 나가는 너희들의 화려한 모습을 동경까지 하겠지.
남자이름은 문이강. 그 남자가 누구인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 아버지의 매질을 피해 엄마에게 이끌려 간 그 날 밤, 동생의 손을 꼭 쥔 채 마주쳤던 그 소년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물론 남자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강을 지켜본 것은 순전히 기영 자신의 의사였으므로. 이강의 모습이 사라지자 기영의 눈가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이슬이 반짝였다. 그러나 기영은 금세 웃음을 지으며 눈물을 말려버렸다.
어차피 그 남자는 행복한 세계의 사람이고 난...
문이강, 이것이 당신과 나의 두 번째 만남인 것을 아나요? 첫 번째 만남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나요? 그 첫 번째 만남,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픔인 그 날을 기억하나요? 부끄러움이 뭔지 아는 나이. 이성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 그 나이에 마주쳤던 우리 어린 시절의 단상을 당신은 기억이나 하고 있나요?

그렇게 두 번의 만남이 있고 그들에게 칠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제 세 번째 만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 소개

- 이정숙(릴케)

파초, 불치병, 쿨러브,
에고이스트, 바람이 머무는 풍경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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