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믿어 보자.’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어.”
“뭐든 얘기해.”
“결혼 언제 할 거야?”
“결……혼?”
“언제까지 혼자 살 건 아니잖아. 내 말은…….”
“결혼은 생각 없어. 그런데 그건 왜?”
그의 말 앞에 ‘당분간’이라는 접두사가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해하는 자신이, 유선은 한없이 딱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녀는 지난 며칠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을 인회에게 털어놓았다.
“하빈이가 우리 현실을 인정할 때까지, 아빠 노릇 해줄 수 있어?”
“유……선아!”
“너 위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생각해 보니까 아직 어린애한테 너무 큰 짐을 지우고 있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