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한테 왜 이렇게 나쁜 여자가 되어가는 걸까?”
“그건 나쁜 게 아니라 네가 날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뜻이야.”
재헌의 가슴에 안긴 채 눈물을 흘리던 지은이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들여다봤다. 지은의 흔들리는 눈 속에 애절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 너한테 욕심부려도 되니? 나 이래도 되는 거야?”
“제발 그 욕심을 거두지만 말아줘. 세상에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만남을 갖는 게 아냐. 우리가 남들과 조금 다르게 만났다고 해도 그건 겉모습일 뿐이야. 그런 겉모습 때문에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는 말자.”
외로움에 갇혀 지내던 날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아니, 재헌을 만나기 이전의 시강은 처음부터 외로웠던 것처럼 여겨졌다. 곱사등이의 등에 얹힌 설움의 무게와도 같던 외로움이 가시는 순간, 지은은 참았던 서러움의 눈물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았다. 자신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햇살이 되어 가슴 한 귀퉁이에 두텁게 내려앉은 얼음덩이를 녹여내는 듯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