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악연도 인연은 인연이지.”
“루다 오빠.”
“다시는 내 눈앞에 띠지 마. 안 그럼 나와 악연이 되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게 해줄 테니까.”
멀어지는 루다의 입가에 머물렀던 미소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사라졌다.
“오빠와 악연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관심 가져 주나? 그것도 괜찮네. 적어도 다른 사람처럼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진 않을 테니까.”
“차라리 투명인간 취급이 나을 수도 있어.”
“꼭 죽어봐야 죽었구나 깨닫는 인간들이 있지.”
그가 들으라는 듯 내뱉은 말에 민희가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나쁜 척하는데 어째 그래 나빠 보이질 않는다. 외롭고 상처 입은 사람들은 꼭 저렇게 날을 세우고 사람을 경계한다.
“닮았네.”
루다의 쓸쓸한 뒷모습에 또 다른 인물의 모습이 겹친다. 단호하고 견고한 벽을 세우고 틈을 내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한 사람.
“다 보이는데 아닌 척해. 어쩐지 풍기는 아우라가 똑 같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