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개정판)

민혜(다합)
출판사 신영미디어
출간일 2009년 07월 23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8.6점 (29건)
작품설명

이렇게 그대로인데, 너랑 나랑 사이엔 다만 세월만 흘렀을 뿐인데,
내가 너를 느끼는 것도 네가 나를 바라보는 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우린 뭐가 달라진 걸까?

“지연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그냥 이젠 잊고 살래. 수호 씨가 아무리 나에게 잘해 줘도 난 그거 잊지 못해.
수호 씨 쳐다보면서 언제나 나 아플 거야. 이젠 아픈 거 안 하고 싶어.
수호씨가 내 맘 이해 못 해도 그냥 이기적인 거 할래.“

지연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그의 손이 떨리는지,
지연의 어깨가 떨리는지 그들은 둘 다 알지 못했다. 떨리는 심장도,
차마 흘러내리지 못하고 있는 지연의 눈물을 대신해서 흘러내리는
그의 보이지 않는 눈물도 둘 다 말하지 않고 서로에게 그렇게 모든 걸 새겨 넣었다.

이제 너무 멀리 와 버렸는데…….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는데……. 얇은 얼음막 위에 서 있어, 한 걸음 잘못 내디디면 이대로 천길 아래로 떨어져 내릴 텐데. 또 아플 텐데. 죽을 만큼, 죽고 싶을 만큼 아플 텐데.
그래도 이 사랑, 시작해야 하는 걸까?

▶ 책 속에서

“언제 날아가 버릴까 늘 조바심내고 있는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니? 떨어져 있으면서도 네가 연락할까 봐 그 번호 버리지 못하고 꼬박꼬박 음성을 확인했던 내 심정을 아니? 우리 관계에서 줄을 잡고 있는 건 너였어.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지난날 네 상처만 중요하고 그 속에 같이 있는 나는 안 보이는 거니?”

“미안하다는 소리는 안 할래. 나 안 미안해. 나도 몰랐다는 변명은 웃기지만 지금 나도 내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지연이 현관 쪽으로 걸어가자 수호가 성급하게 지연을 붙잡았다.

“너 또 이렇게 떠나가는 거니? 정말 가는 거야? 난 또 버려지고?”
“너무 감상적으로 생각하지 마. 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

집으로 가는 길은 복잡하고도 힘들었다. 차가 정차할 때마다 수많은 상념이 머리를 괴롭혔다. 다시 달릴 때마다 4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냥 좋기만 했던 세월이, 눈의 깜빡임보다 더 많이 눈앞에, 가슴 속에, 옮기는 시선마다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잊기도 힘들겠다. 얼마나 많은 추억을 같이했는지.
지연은 문득 다음에 혹시나 다른 인연을 만난다면 절대로 오래 알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사랑이 기간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사랑하지 말자, 너무 오래 알지 말자, 그러지 말자, 하는 생각이 결론처럼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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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이렇게 그대로인데, 너랑 나랑 사이엔 다만 세월만 흘렀을 뿐인데,
내가 너를 느끼는 것도 네가 나를 바라보는 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우린 뭐가 달라진 걸까?

“지연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그냥 이젠 잊고 살래. 수호 씨가 아무리 나에게 잘해 줘도 난 그거 잊지 못해.
수호 씨 쳐다보면서 언제나 나 아플 거야. 이젠 아픈 거 안 하고 싶어.
수호씨가 내 맘 이해 못 해도 그냥 이기적인 거 할래.“

지연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그의 손이 떨리는지,
지연의 어깨가 떨리는지 그들은 둘 다 알지 못했다. 떨리는 심장도,
차마 흘러내리지 못하고 있는 지연의 눈물을 대신해서 흘러내리는
그의 보이지 않는 눈물도 둘 다 말하지 않고 서로에게 그렇게 모든 걸 새겨 넣었다.

이제 너무 멀리 와 버렸는데…….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는데……. 얇은 얼음막 위에 서 있어, 한 걸음 잘못 내디디면 이대로 천길 아래로 떨어져 내릴 텐데. 또 아플 텐데. 죽을 만큼, 죽고 싶을 만큼 아플 텐데.
그래도 이 사랑, 시작해야 하는 걸까?

▶ 책 속에서

“언제 날아가 버릴까 늘 조바심내고 있는 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니? 떨어져 있으면서도 네가 연락할까 봐 그 번호 버리지 못하고 꼬박꼬박 음성을 확인했던 내 심정을 아니? 우리 관계에서 줄을 잡고 있는 건 너였어.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지난날 네 상처만 중요하고 그 속에 같이 있는 나는 안 보이는 거니?”

“미안하다는 소리는 안 할래. 나 안 미안해. 나도 몰랐다는 변명은 웃기지만 지금 나도 내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지연이 현관 쪽으로 걸어가자 수호가 성급하게 지연을 붙잡았다.

“너 또 이렇게 떠나가는 거니? 정말 가는 거야? 난 또 버려지고?”
“너무 감상적으로 생각하지 마. 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

집으로 가는 길은 복잡하고도 힘들었다. 차가 정차할 때마다 수많은 상념이 머리를 괴롭혔다. 다시 달릴 때마다 4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냥 좋기만 했던 세월이, 눈의 깜빡임보다 더 많이 눈앞에, 가슴 속에, 옮기는 시선마다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잊기도 힘들겠다. 얼마나 많은 추억을 같이했는지.
지연은 문득 다음에 혹시나 다른 인연을 만난다면 절대로 오래 알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사랑이 기간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사랑하지 말자, 너무 오래 알지 말자, 그러지 말자, 하는 생각이 결론처럼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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