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을 잡아라

로맨스 현대물
이윤진
출판사 ㈜조은세상
출간일 2016년 11월 16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10점 (1건)
작품설명

“여자잖아.”
조금의 여지도 없이 딱, 잘라버리는 성연이 상상했던 이상으로 야속했다. 이건 자신의 마음이, 그 이상일 거라고 했던 자신의 마음이 또한 그 이상일 거란 뜻이다. 왜 그렇게 밀어내려고만 하지? 조금의 여유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박성연 성격에,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던 흑사 성격에 이 정도로 자신에게 대거리를 해주고 만나주는 것을 보면 아주 조금의 희망은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난 세륜의 흑사, 박성연 일 뿐이다. 여자도, 더구나 남자도 아니다. 여자로 느껴지는 네 마음, 그만 접어라. 빨리 포기해.”
스스로가 여자가 아니라는 성연에게 밑도 끝도 없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남들은 몰라도, 자신에겐 이렇게 예쁘고 매력적인데, 그래서 되지도 않는 감정까지 품었는데 자신은 여자가 아니라니. 분노였고 말도 안 되지만 배신감이었다. 어느 정도의 술기운이 더해져 건욱의 이성이 조금 흐려졌다.
“내 앞에서 벗어봐. 그럼 여자가 아니라고 인정해 주지.”
스스로도 유치하단 걸, 미숙하단 걸 안다. 그런데도 이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 그만큼 건욱 자신이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성연이 스스로 여자임을 깨닫길, 인정하길, 수긍하길. 그래야 자신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야 안아줄 수 있었고 감쌀 수 있었다. 이런 식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끝내 이럴 수밖에 없는 자신이, 건욱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여자, 자신이 여자라 아니라는 이 여자가 웃는다. 아주 한심하고 더러운 물건을 앞에 둔 사람처럼, 어이없고 가증스러운 웃음으로 건욱을 비웃는다. 지금 성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안다. 성연이, 서서히 넥타이로 손을 가져갔다.
“박성연, 너…….”
건욱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넥타이를 풀어 저만치 내던진 성연이 거친 동작으로 재킷을 벗어 바닥에 팽개쳤다. 어느새 성연의 손가락이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었다.
“그만 해라, 박성연.”
“너도 똑같은 새끼야. 나건욱.”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건욱은 ‘똑같은 새끼’가 아니란 걸. 무슨 생각과 마음으로 그렇게 말한 건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성연은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이 남자도 다 똑같은 새끼다. 잔인해져야 했다. 다가가고 싶은 만큼, 열고 싶은 만큼 더더욱 잔인해져야 했다.
“너도 어차피 추잡한 사내새끼야.”
성연의 셔츠가 훤히 열렸다. 가슴에 싸맨 붕대가 열려진 틈을 가로질러 건욱의 시야에 아프게 들어와 박혔다.
“박성연. 뭐라고 했어, 너…….”
“너도 어차피 똑같은 새끼라고 했다. 여자 보면 그렇게 안고 싶나? 생각나는 거라곤 그것밖에 없나? 더러워. 이젠 됐나? 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는지 알겠나? 내가 얼마나 여자라는 꼬리표를 떼버리고 싶은지 알겠나? 이젠 내가 여자가 아니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 알겠지? 이제 우리 인연은 이쯤에서 접기로 하지. 내 의지를 확인했으면 하루빨리 마음 정리하길 바란다.”

-본문 中에서

작가소개
- 이윤진(leesay123)

행복한 사람


출간작 : [일월애전(日月愛傳)] [이혼하고 싶은 여자] [지독한 여자] [Lovely Nike] [비(秘)] [러쉬(Rush)] [아픔 또한 지나가리라] [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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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여자잖아.”
조금의 여지도 없이 딱, 잘라버리는 성연이 상상했던 이상으로 야속했다. 이건 자신의 마음이, 그 이상일 거라고 했던 자신의 마음이 또한 그 이상일 거란 뜻이다. 왜 그렇게 밀어내려고만 하지? 조금의 여유는,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박성연 성격에,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던 흑사 성격에 이 정도로 자신에게 대거리를 해주고 만나주는 것을 보면 아주 조금의 희망은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난 세륜의 흑사, 박성연 일 뿐이다. 여자도, 더구나 남자도 아니다. 여자로 느껴지는 네 마음, 그만 접어라. 빨리 포기해.”
스스로가 여자가 아니라는 성연에게 밑도 끝도 없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남들은 몰라도, 자신에겐 이렇게 예쁘고 매력적인데, 그래서 되지도 않는 감정까지 품었는데 자신은 여자가 아니라니. 분노였고 말도 안 되지만 배신감이었다. 어느 정도의 술기운이 더해져 건욱의 이성이 조금 흐려졌다.
“내 앞에서 벗어봐. 그럼 여자가 아니라고 인정해 주지.”
스스로도 유치하단 걸, 미숙하단 걸 안다. 그런데도 이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 그만큼 건욱 자신이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성연이 스스로 여자임을 깨닫길, 인정하길, 수긍하길. 그래야 자신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야 안아줄 수 있었고 감쌀 수 있었다. 이런 식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끝내 이럴 수밖에 없는 자신이, 건욱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여자, 자신이 여자라 아니라는 이 여자가 웃는다. 아주 한심하고 더러운 물건을 앞에 둔 사람처럼, 어이없고 가증스러운 웃음으로 건욱을 비웃는다. 지금 성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안다. 성연이, 서서히 넥타이로 손을 가져갔다.
“박성연, 너…….”
건욱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넥타이를 풀어 저만치 내던진 성연이 거친 동작으로 재킷을 벗어 바닥에 팽개쳤다. 어느새 성연의 손가락이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었다.
“그만 해라, 박성연.”
“너도 똑같은 새끼야. 나건욱.”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건욱은 ‘똑같은 새끼’가 아니란 걸. 무슨 생각과 마음으로 그렇게 말한 건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성연은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이 남자도 다 똑같은 새끼다. 잔인해져야 했다. 다가가고 싶은 만큼, 열고 싶은 만큼 더더욱 잔인해져야 했다.
“너도 어차피 추잡한 사내새끼야.”
성연의 셔츠가 훤히 열렸다. 가슴에 싸맨 붕대가 열려진 틈을 가로질러 건욱의 시야에 아프게 들어와 박혔다.
“박성연. 뭐라고 했어, 너…….”
“너도 어차피 똑같은 새끼라고 했다. 여자 보면 그렇게 안고 싶나? 생각나는 거라곤 그것밖에 없나? 더러워. 이젠 됐나? 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는지 알겠나? 내가 얼마나 여자라는 꼬리표를 떼버리고 싶은지 알겠나? 이젠 내가 여자가 아니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걸 알겠지? 이제 우리 인연은 이쯤에서 접기로 하지. 내 의지를 확인했으면 하루빨리 마음 정리하길 바란다.”

-본문 中에서

작가소개
- 이윤진(leesay123)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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