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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 가는 길(개정판) 독자추천
  • 정상경 지음 | 신영미디어 펴냄
  • 용량 : 262 KB | 2016년 01월 05일 출간
  • 8.2점 / 1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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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경   #신영미디어  
책 소개

오늘은 내게서 도망가지 마요.

출세를 위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밀스러운 만남을 유지하고자 하는 우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이서.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에 죽고 싶단 생각으로 운전을 하던 그녀는 따라오던 뒤차와 사고가 난다. 눈을 떴을 때 자신을 깨운 것이 우진이 아닌 다른 남자라는 것을 알아채고 살기 위해 그에게 안아 달라 부탁을 한 그녀. 낯선 남자 서준과의 뜨거웠던 하룻밤을 통해 우진을 떠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이서는 모든 생활을 정리한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던 차이서는 자신을 찾아온 서준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 잠깐 맛보기

“정말 병원에 안 가도 되겠어요?”

버스도 택시도 안 다니는 길이기에 별도리 없이 여자를 뒤따라 걷던 서준이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여자의 앞을 막아섰다. 여자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가 서준의 옆을 돌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병원부터 갑시다. 당신 차를 들이받은 건 내 차고 당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게는 큰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남자가 필요해요. 남자를 찾아야 해요.”

“정신 나갔어요? 아님 창녀라도 돼요? 이 상황에서 남자를 찾으러 간다니 말이 됩니까!”

“정신이 나가진 않았어요. 하지만 난…….”

이서가 정신이 나간 건 아니라는 말을 하다가 멈춰 버렸다. 그의 말이 맞다는 생각에서였다. 제정신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창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니, 차라리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창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으흑” 하는 신음 소리와 헛구역질이 나왔고 눈물도 함께 쏟아졌다.

“기약 없는 하루살이 사랑을 해요. 마음은 죽고 없는 몸과 몸을 나누는 사랑요. 사랑이라고 하면 안 되는…… 사랑이죠.”

깊은 심호흡과 함께 남자가 잡고 있는 팔을 부드럽게 잡아 뺀 이서가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1월의 밤바람이 그제야 차갑게 느껴져 잠깐 걸음을 멈추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오늘 그 추악한 사랑을 끝내야 해요. 사창가 창녀가 하는 사랑보다 더 더러운 그 사랑을 끝낼 거예요. 너무 멀리 왔지만 더 멀어지기 전에……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서가 깊은 심호흡을 한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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