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라. 내가 네 주인이라는 것을.

저승사자의 실수로 이른 죽음을 맞이한 대신 아름다운 귀족 여성 시에나의 몸을 얻게 된 정안.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눈을 뜬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늙은 귀족가의 결혼과 환생의 부작용인 가슴이 사라지는 저주였다. 결국 남자도, 여자도 아닌 모습이 되어 버리자 결혼을 피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집을 나선 정안.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미친 공작으로 악명 높은 블리언을 알게 된다. 집안의 추적을 피하고 저주를 숨겨야 하는 정안은 내비라는 가명으로 그의 집에서 시종 생활을 시작하는데…….

▶ 잠깐 맛보기

“앞으로 한시도 내 곁을 떠나지 마라.”

엥? 이건 또 무슨 낯부끄러운 소리래.

“밤에도 마찬가지다.”

“네? 밤에도요? 그럼 잠은 어디서 자요?”

“내 방에서 자라.”

이게 미쳤나. 왜, 아예 목욕도 같이 하자고 하지 그러니.

“목욕도 같이 하고.”

“으헉.”

사레가 들린 정안이 연거푸 기침을 했다. 붉어진 얼굴로 눈물까지 그렁그렁한 정안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절대 안 됩니다.”

“왜 안 되는데?”

“그러는 주인님은 왜 갑자기 밤에도 저랑 자야 된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그 말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은 블리언이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무, 서, 워, 서.”

그런 말 하는 네가 더 무섭다, 에비.

“하, 하, 하. 제가 들었던 농담 중 가장 웃긴 농담 같아요.”

“농담 아닌데. 요즘 들어 악몽을 꿔서 그래.”

시니컬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 세 살 먹은 아이도 안 믿겠다, 블리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