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오아란
출판사 스칼렛
출간일 2015년 10월 13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9점 (4건)
작품설명

“난 궁합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남잔데.
속궁합 말이에요. 그것부터 보죠, 우리.”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면 반복되는 선 자리.
G.O호텔 사장 고현건은 앞에 앉은 여자에게 짓궂은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속궁합을 지금 당장 보셔야겠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그저 무의미한 일회성 만남의 반복이라 여긴 어느 금요일 저녁,
약속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던 여자는 현건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

그녀와 닮은 얼굴, 비슷한 목소리, 똑같은 미소를 짓는 여자의 이름은 윤민영.

상상이 만들어 낸 허구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이 격해져 헛것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5년 전 죽은 차유정의 현신과 같은 모습으로
그저 고요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시죠. 저도 관심이 있어서요. 그 속궁합에.”

‘Alea iacta est.’
주사위는 던져졌다.



<본문중에서>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민영을 향해 그는 얄궂게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내가 여자 보는 눈이 까다롭다는 말은 못 들었나 봐요?”
그는 시선을 아래위로 옮겨 가며 민영의 차림새를 살폈다.
“사람을 겉만 봐서 다 알 수 있나요?”
그 질문에 그는 커다란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아!’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속이 중요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는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앉으며 테이블을 검지로 토도독 두드렸다. 그 소리에 민영의 심장이 쿵쿵쿵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럼 겉보다 속이 중요하다고 먼저 그러셨으니, 속부터 맞춰보죠, 우리?”
“네?”
민영은 무슨 뜻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궁합을 좀 따지거든요.”
그는 진지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떠 보였다.
“여기서 당장 사주라도 대고, 궁합이라도 보자는 말씀이신가요?”
“저도 윤민영 씨처럼 겉보다는 속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네?”
민영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그가 타이밍을 잡았다는 듯, 의자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테이블 위에 깍지 낀 손을 올리고는 몸의 중심을 옮겨 왔다. 그의 시선이 이 방 안에 들어온 이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껴졌다.
“궁합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거 알아요?”
“아니요.”
그는 대강 스타일을 파악했다는 듯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윤민영 씨가 말한 사주로 어쩌고 하는 건 겉궁합이죠, 그리고…….”
일부러 뜸을 들이며 젠체하는 것은 그가 짓궂은 장난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 그의 성격을 민영이 모를 리없었다. 민영은 장단을 맞추듯 되물었다.
“그리고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게 뭐죠?”
마치 자신이 셜록 홈즈라도 된 듯 그는 허공으로 시선을 향한채 엉뚱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민영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그의 장난기 어린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것 같기도 했고, 그리웠던 감정이 자꾸만 밀려와 눈이 따끔거리기도 했다.
“글쎄요.”
“의식주죠. 뭐 스타일은…….”
그는 민영을 다시 한 번 아래위로 훑으며 말을 이었다.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음식은 안 맞으면 각자 입에 맞는 거 따로 먹으면 되는 거고. 주는…….”
“주는? 집이요?”
민영의 되물음에 그는 고개를 더 비스듬히 기울이며, 되물었다.
“남녀가 집에서 같이 살면 뭘 하게 되죠?”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 몰라 민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남녀가 같은 침대에서 잠들면 뭘 하게 되죠?”
그 질문에 민영의 입에서 헛! 하는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그래요. 그거. 그 속궁합을 말하는 거예요, 난.”
그는 이제 결론에 도달했다는 듯 팔짱을 끼며, 또다시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그의 모습은 민영의 대단한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 속궁합을 지금 당장 보셔야겠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그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민영에게 닿아 있었다. 민영은 고심하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무례한 언행으로 선 자리를 파투 내고 내내 외로이 지냈을 거라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쓰려 오기도 했다.
“그러시죠.”
다른 선택안은 없었다. 무례하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면, 고 회장과의 거래는 극악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다시 만나게 된 그를 앞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작가소개
- 오아란

‘가끔 그 글이 생각나곤 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마음속에 아련히 남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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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난 궁합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남잔데.
속궁합 말이에요. 그것부터 보죠, 우리.”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면 반복되는 선 자리.
G.O호텔 사장 고현건은 앞에 앉은 여자에게 짓궂은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속궁합을 지금 당장 보셔야겠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그저 무의미한 일회성 만남의 반복이라 여긴 어느 금요일 저녁,
약속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던 여자는 현건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

그녀와 닮은 얼굴, 비슷한 목소리, 똑같은 미소를 짓는 여자의 이름은 윤민영.

상상이 만들어 낸 허구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이 격해져 헛것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5년 전 죽은 차유정의 현신과 같은 모습으로
그저 고요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시죠. 저도 관심이 있어서요. 그 속궁합에.”

‘Alea iacta est.’
주사위는 던져졌다.



<본문중에서>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민영을 향해 그는 얄궂게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내가 여자 보는 눈이 까다롭다는 말은 못 들었나 봐요?”
그는 시선을 아래위로 옮겨 가며 민영의 차림새를 살폈다.
“사람을 겉만 봐서 다 알 수 있나요?”
그 질문에 그는 커다란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아!’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속이 중요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는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앉으며 테이블을 검지로 토도독 두드렸다. 그 소리에 민영의 심장이 쿵쿵쿵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럼 겉보다 속이 중요하다고 먼저 그러셨으니, 속부터 맞춰보죠, 우리?”
“네?”
민영은 무슨 뜻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궁합을 좀 따지거든요.”
그는 진지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떠 보였다.
“여기서 당장 사주라도 대고, 궁합이라도 보자는 말씀이신가요?”
“저도 윤민영 씨처럼 겉보다는 속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네?”
민영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그가 타이밍을 잡았다는 듯, 의자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테이블 위에 깍지 낀 손을 올리고는 몸의 중심을 옮겨 왔다. 그의 시선이 이 방 안에 들어온 이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껴졌다.
“궁합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거 알아요?”
“아니요.”
그는 대강 스타일을 파악했다는 듯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윤민영 씨가 말한 사주로 어쩌고 하는 건 겉궁합이죠, 그리고…….”
일부러 뜸을 들이며 젠체하는 것은 그가 짓궂은 장난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 그의 성격을 민영이 모를 리없었다. 민영은 장단을 맞추듯 되물었다.
“그리고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게 뭐죠?”
마치 자신이 셜록 홈즈라도 된 듯 그는 허공으로 시선을 향한채 엉뚱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민영은 오랜만에 마주하는 그의 장난기 어린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것 같기도 했고, 그리웠던 감정이 자꾸만 밀려와 눈이 따끔거리기도 했다.
“글쎄요.”
“의식주죠. 뭐 스타일은…….”
그는 민영을 다시 한 번 아래위로 훑으며 말을 이었다.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음식은 안 맞으면 각자 입에 맞는 거 따로 먹으면 되는 거고. 주는…….”
“주는? 집이요?”
민영의 되물음에 그는 고개를 더 비스듬히 기울이며, 되물었다.
“남녀가 집에서 같이 살면 뭘 하게 되죠?”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 몰라 민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남녀가 같은 침대에서 잠들면 뭘 하게 되죠?”
그 질문에 민영의 입에서 헛! 하는 소리가 절로 새어 나왔다.
“그래요. 그거. 그 속궁합을 말하는 거예요, 난.”
그는 이제 결론에 도달했다는 듯 팔짱을 끼며, 또다시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그의 모습은 민영의 대단한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 속궁합을 지금 당장 보셔야겠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그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민영에게 닿아 있었다. 민영은 고심하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무례한 언행으로 선 자리를 파투 내고 내내 외로이 지냈을 거라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쓰려 오기도 했다.
“그러시죠.”
다른 선택안은 없었다. 무례하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면, 고 회장과의 거래는 극악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다시 만나게 된 그를 앞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작가소개
- 오아란

‘가끔 그 글이 생각나곤 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마음속에 아련히 남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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