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을 주지. 날 유혹해 봐.

당신도 알잖아!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박민수가 어떤 인간인지 다 알잖아.
그런데 어떻게 진정해?

반드시 그를 유혹해야 했던 여자, 서연.

왜 말을 안 했어?
필요한 게 있다고, 원하는 게 있다고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그랬다면 그게 뭐든 해 줬을 거야.
난 너한테 미쳐 있었으니까!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남자, 태하.

그들의 유혹.

▶ 잠깐 맛보기

“위스키라, 제법이군.”

빈정거리는 그를 보며 다시 입에 잔을 가져다 대는데, 갑자기 잔이 그녀의 손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해.”

일방적인 그의 말에 서연은 반항심이 치솟았다.

“지금은 근무 시간도 아닌데 왜 안 된다는 거죠?”
“당신의 뇌가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을 기억하길 바라니까.”

태하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서연은 도전적으로 그를 응시했다.

“난 기억할 가치가 있는 것만 기억해요.”
“그래?”

태하의 눈썹이 휘어졌다.
서연은 보란 듯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일을 시키기 위해 비서실에 들인 게 아니라던 남자의 말은 그녀의 머리에 각인처럼 새겨졌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끌려갈 수는 없다.
이 모든 게 그녀의 의지여야 했다. 서연은 언니의 목숨과 그녀의 두려움 전부를 이 남자에게 걸었다.

드레스 자락이 무릎을 스치는 감촉을 즐기며 천천히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돌아보지 않아도 태하가 따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의 세포가 저 남자를 의식하고 있었다. 파티장을 나와 로비로, 로비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앞선 사람은 그녀였지만 쫓기듯 다급함을 맛본 사람도 그녀였다.
그의 여유로운 발소리에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호흡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태하에 의해 몸이 돌려졌다.

“내가 게임을 싫어한다는 걸 몰랐나 보군.”

깊게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입맞춤이 시작됐다.


* 이 전자책은 2009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낯선 유혹〉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