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느려서

윤경민
출판사 동행
출간일 2015년 08월 18일
2점 4점 6점 8점 10점 8.7점 (3건)
작품설명

“알바! 어제 모델 포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그게…… 어색했어요.”
“그래. 어색했지. 포즈는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다운 거야. 그런 의미에서 알바가 모델처럼 포즈 한 번 잡아 봐.”
“네에?”
놀라움의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악동처럼 준혁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한 번 해 봐. 수업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 포즈를 한 번씩 취해 보는 것도 좋은 거야.”
“그렇지만 사부님…….”
“말대답은 그만 하고. 알바한테 포즈를 보는 능력이 있나 보자.”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서현은 무대로 다가가 주춤주춤 예의 그 모델과 같은 포즈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는 어색해하는 그녀에게 빠르게 다가가 모자를 벗겨내고는 눌려 있는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자, 다시 해 봐.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 그대로.”
하얀 셔츠를 입은 서현은 팔짱을 끼고 몸을 옆으로 살짝 틀었다. 유난히 흰 피부와 대조되는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 촉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준혁이 흩트린 그녀의 긴 단발머리가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제 그가 모델에게 원했던 포즈보다 더한,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섹시함이었다.
쿵! 별안간 그의 심장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이, 알바! 그만 해. 그만 하면 충분하다.”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지만 머릿속에는 그를 유혹하는 듯한 그녀의 퇴폐적인 모습만이 고장 난 영사기처럼 무한 반복이 되고 있었다.

내 프레임 안에 갇혀 버린 너.
오로지 사진 만이 인생의 전부였던 나에게 어느 날 그녀가 다가왔다. 카메라 렌즈가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다.
자꾸만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골치 덩어리 그녀를 어떡하면 좋을까?



<본문중에서>

“윤석이 형, 오늘 vip 웨딩 촬영 있다면서요?”
“응. 그래.”
“잠깐 촬영 시트 봤더니 무슨 법무부장관 댁이라고 쓰여 있던데.”
“그렇다는군. 부탁하신 분이 얼마나 강조를 하고 절절매던지. 그런데 신경 쓰이게 계속 사부한테 촬영하라고 압력을 행사하지 뭐냐. 나 참 난감하다. 안 그래도 지금 사부는 서현 씨 일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던데.”
“그러게요. 그나저나 사부는 서현 씨 일에 무척 민감하신 거 같아요. 집에서 데려갔다는데 저렇게 찾으시는 것이…….”
“사랑이지!”
“네에?”
재윤의 놀란 하이톤의 목소리가 휴게실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몰랐냐? 하긴 나도 몰랐다. 지난번에 사부하고 술 한잔하다 알았다. 그때 눈가가 촉촉해지시더라.”
“헐이네요. 사부한테 그런 면이 있다니. 그런데 언제 그런 사이로 발전했대요?”
재윤은 궁금한 얼굴로 윤석을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
“그건 나도 모르지.”
“에이, 궁금하네.”
“관심 꺼라. 그러다 사부한테 경친다.”
윤석의 말에 재윤은 뜨끔했다. 아무리 궁금해도 준혁의 사생활이었다. 더 관심을 가져봤자 알아지지도 않겠지만 이것저것 묻다가는 준혁에 의해 재윤이 진짜 땅에 묻히는 수가 있었다.
“그래야죠. 그나저나 오늘 촬영 힘드시겠네요. 부탁하는 사람도 그럴진대, 제발 갑질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좋겠네요.”
상위 1%의 사람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 특유의 귀족의식 탓에 가끔씩 그들을 하대하는 사람들도 왕왕 있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제 시간 다 됐다. 촬영 준비하러 가야겠다.”
윤석은 다 마신 커피 잔을 싱크대 위에 놓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촬영을 할 스튜디오로 향했다. 오늘 주인공들을 신경, 또 신경을 써야만 한다는 간곡한 부탁에 6000만 화소를 자랑한다는 핫셀블라드?h4d-60을 준비했다.
준혁이었다면 물론 중형 필름 카메라까지 준비해서 더욱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냈겠지만 그로서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윤석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셈이었다. 준비를 거의 다 마치자 밖이 소란해지고 누군가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왔다.
윤석이 얼굴을 돌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확인했다. 눈앞에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의 vvip가 서현이었다는 말인가? 분명 법무부장관 댁 결혼이라고 했는데…….
“서, 서현 씨.”
그녀는 윤석의 부름에 거만하게 고개를 까딱하며 답례를 했다. 윤석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여기까지 들어왔으니 이제 그만 나가 보셔도 될 것 같은데요?”
윤석이 아닌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온 건장한 남자를 향해 엄하게 말을 했다. 윤석이 알던 해맑던 서현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아가씨. 대표님이 끝까지 옆에서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거기서 그렇게 서서 감시하는데 좋은 사진이 나오겠어요? 일생에 한 번뿐인 웨딩 촬영이에요. 되도록 예쁘게 나오고 싶군요. 망치기 싫다는 말이에요.”
거만하고 뾰족한 목소리가 서현의 입에서 쉬지 않고 튀어나왔다. 윤석의 눈이 이제는 놀라 휘둥그레졌다. 서현이 원래 저런 여자였던가 싶은 생각에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보아온 그녀의 모습은 다 가식이었다는 말인지. 그가 알고 있는 서현이 맞는지 지금의 이 상황이 제대로 머릿속에 인지되지 않았다.
“아까운 시간 흐르는군요. 계속 그 자리에 서 계실 건가요? 그럼 전 오늘 촬영할 수 없어요.”
갈수록 서현은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윤석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그때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고 무서운 표정의 준혁이 들어섰다.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그는 마치 지옥에서 툭 튀어나온 사자와 같은 표정이었다.
“최윤석. 내가 한다. 그리고 그 문 앞에 서 계시는 분, 나가 주세요. 촬영에 방해가 됩니다.”
준혁의 거침없는 말에 윤석이 그를 쳐다보았다. 준혁의 단호한 의지를 읽었기에 윤석은 고개를 숙여 알았다는 표시를 한 후 걸음을 옮겼다.

작가소개
- 윤경민

로맨스를 사랑하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
커피를 즐기며 해피엔딩을 사랑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을 글로 표현할 수 있길 소망하며 늘 한결같음을 꿈꾼다.
가끔씩 깨으른여자들과 북큐브에 출현.

[출간작]

-입맞춤
-전자책 : 부숴버리다, 소리 없이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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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

“알바! 어제 모델 포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그게…… 어색했어요.”
“그래. 어색했지. 포즈는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다운 거야. 그런 의미에서 알바가 모델처럼 포즈 한 번 잡아 봐.”
“네에?”
놀라움의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자 악동처럼 준혁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한 번 해 봐. 수업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 포즈를 한 번씩 취해 보는 것도 좋은 거야.”
“그렇지만 사부님…….”
“말대답은 그만 하고. 알바한테 포즈를 보는 능력이 있나 보자.”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서현은 무대로 다가가 주춤주춤 예의 그 모델과 같은 포즈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는 어색해하는 그녀에게 빠르게 다가가 모자를 벗겨내고는 눌려 있는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자, 다시 해 봐.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 그대로.”
하얀 셔츠를 입은 서현은 팔짱을 끼고 몸을 옆으로 살짝 틀었다. 유난히 흰 피부와 대조되는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 촉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준혁이 흩트린 그녀의 긴 단발머리가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제 그가 모델에게 원했던 포즈보다 더한,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섹시함이었다.
쿵! 별안간 그의 심장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이, 알바! 그만 해. 그만 하면 충분하다.”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지만 머릿속에는 그를 유혹하는 듯한 그녀의 퇴폐적인 모습만이 고장 난 영사기처럼 무한 반복이 되고 있었다.

내 프레임 안에 갇혀 버린 너.
오로지 사진 만이 인생의 전부였던 나에게 어느 날 그녀가 다가왔다. 카메라 렌즈가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다.
자꾸만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골치 덩어리 그녀를 어떡하면 좋을까?



<본문중에서>

“윤석이 형, 오늘 vip 웨딩 촬영 있다면서요?”
“응. 그래.”
“잠깐 촬영 시트 봤더니 무슨 법무부장관 댁이라고 쓰여 있던데.”
“그렇다는군. 부탁하신 분이 얼마나 강조를 하고 절절매던지. 그런데 신경 쓰이게 계속 사부한테 촬영하라고 압력을 행사하지 뭐냐. 나 참 난감하다. 안 그래도 지금 사부는 서현 씨 일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던데.”
“그러게요. 그나저나 사부는 서현 씨 일에 무척 민감하신 거 같아요. 집에서 데려갔다는데 저렇게 찾으시는 것이…….”
“사랑이지!”
“네에?”
재윤의 놀란 하이톤의 목소리가 휴게실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몰랐냐? 하긴 나도 몰랐다. 지난번에 사부하고 술 한잔하다 알았다. 그때 눈가가 촉촉해지시더라.”
“헐이네요. 사부한테 그런 면이 있다니. 그런데 언제 그런 사이로 발전했대요?”
재윤은 궁금한 얼굴로 윤석을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
“그건 나도 모르지.”
“에이, 궁금하네.”
“관심 꺼라. 그러다 사부한테 경친다.”
윤석의 말에 재윤은 뜨끔했다. 아무리 궁금해도 준혁의 사생활이었다. 더 관심을 가져봤자 알아지지도 않겠지만 이것저것 묻다가는 준혁에 의해 재윤이 진짜 땅에 묻히는 수가 있었다.
“그래야죠. 그나저나 오늘 촬영 힘드시겠네요. 부탁하는 사람도 그럴진대, 제발 갑질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좋겠네요.”
상위 1%의 사람들이 다 그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 특유의 귀족의식 탓에 가끔씩 그들을 하대하는 사람들도 왕왕 있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제 시간 다 됐다. 촬영 준비하러 가야겠다.”
윤석은 다 마신 커피 잔을 싱크대 위에 놓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촬영을 할 스튜디오로 향했다. 오늘 주인공들을 신경, 또 신경을 써야만 한다는 간곡한 부탁에 6000만 화소를 자랑한다는 핫셀블라드?h4d-60을 준비했다.
준혁이었다면 물론 중형 필름 카메라까지 준비해서 더욱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냈겠지만 그로서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윤석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셈이었다. 준비를 거의 다 마치자 밖이 소란해지고 누군가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왔다.
윤석이 얼굴을 돌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확인했다. 눈앞에 말도 안 되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의 vvip가 서현이었다는 말인가? 분명 법무부장관 댁 결혼이라고 했는데…….
“서, 서현 씨.”
그녀는 윤석의 부름에 거만하게 고개를 까딱하며 답례를 했다. 윤석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여기까지 들어왔으니 이제 그만 나가 보셔도 될 것 같은데요?”
윤석이 아닌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온 건장한 남자를 향해 엄하게 말을 했다. 윤석이 알던 해맑던 서현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아가씨. 대표님이 끝까지 옆에서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거기서 그렇게 서서 감시하는데 좋은 사진이 나오겠어요? 일생에 한 번뿐인 웨딩 촬영이에요. 되도록 예쁘게 나오고 싶군요. 망치기 싫다는 말이에요.”
거만하고 뾰족한 목소리가 서현의 입에서 쉬지 않고 튀어나왔다. 윤석의 눈이 이제는 놀라 휘둥그레졌다. 서현이 원래 저런 여자였던가 싶은 생각에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보아온 그녀의 모습은 다 가식이었다는 말인지. 그가 알고 있는 서현이 맞는지 지금의 이 상황이 제대로 머릿속에 인지되지 않았다.
“아까운 시간 흐르는군요. 계속 그 자리에 서 계실 건가요? 그럼 전 오늘 촬영할 수 없어요.”
갈수록 서현은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윤석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그때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고 무서운 표정의 준혁이 들어섰다.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그는 마치 지옥에서 툭 튀어나온 사자와 같은 표정이었다.
“최윤석. 내가 한다. 그리고 그 문 앞에 서 계시는 분, 나가 주세요. 촬영에 방해가 됩니다.”
준혁의 거침없는 말에 윤석이 그를 쳐다보았다. 준혁의 단호한 의지를 읽었기에 윤석은 고개를 숙여 알았다는 표시를 한 후 걸음을 옮겼다.

작가소개
- 윤경민

로맨스를 사랑하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
커피를 즐기며 해피엔딩을 사랑한다.
세상의 모든 사랑을 글로 표현할 수 있길 소망하며 늘 한결같음을 꿈꾼다.
가끔씩 깨으른여자들과 북큐브에 출현.

[출간작]

-입맞춤
-전자책 : 부숴버리다, 소리 없이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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